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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인간적이면서 창조적인 AI세상
/그런 미래에서도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일과 삶의 균형 중시한 ‘워라밸’ 대신
/일과 삶이 하나 되는 인생살이 익혀야
2018년 미국 예일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과학자들을 인터뷰 해 만든 자료가 있다.
‘번역 2024년, 고등학생 수준 논문 2026년, 트럭 운전 2027년, 가게 종업원 2031년, 베스트셀러 작가 2049년, 외과의사 2053년…’
이들 연도는 AI(인공지능)가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는 시점이다. 2050년 이후에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204 타입 AI 로봇은…” 등의 사회자 멘트를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들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자료 중 AI가 인간을 추월하는 연도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이 세상을 변화 시킨다’는 사실에는 오차가 없을 것이다.
탈서울 가능케 하는 자동운전
지금 교외(郊外)의 의미가 과학 덕분에 변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초역세권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의 널찍한 저택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부자, 톱스타, 혹은 출퇴근이 불필요한 계층이다. 이들은 자기 돈으로 운전기사를 고용하거나, 방송사가 보내주는 차를 타면 되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 먼 쾌적한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등장한 ‘자동운전’ 이라는 과학 덕분에 보다 많은 일반사람이 널찍함에도 값이 싼 교외에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다. 주택에서 ‘입지’가 갖는 의미를 과학기술이 변화시킨 것이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21세기 기술혁명의 기점을 2007년으로 잡는 사람들이 있다. 2007년은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해이다. 아이폰, 즉 스마트폰은 세상을 엄청 다이내믹하게 만들었고, 5G 통신과 결합되면서 세상을 바꿔버리려 하고 있다.
21세기 기술혁명의 주역 스마트폰
하지만 ‘스마트폰 혁명’ 시절만 해도 사실은 좋은 때였다. 과학이 인간의 능력을 스멀스멀 넘어섰지만 ▲자동번역 덕분에 외국에 나가도 불편 없이 말이 통하고 ▲전 세계 누구와도 SNS로 대화하며 ▲클릭만 하면 택배가 도착하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동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삶이 제공되자 사람들은 “세상 좋아졌네” 하며 좋아했다. 과학에 대한 공포심은 적었고, 다양하고 안락한 생활을 고대하며 가슴 부풀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서히 AI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불안은 “전문적인 훈련과 교육을 통해 겨우 겨우 얻어낸 나의 일자리가 AI에 빼앗기는 것이 아닐까”로 집약된다.
AI와 인간의 역전
AI가 판칠 미래세상을 상징하는 단어가 싱귤래리티(Singularity)이다. ‘AI가 비약적으로 발달해 인간의 능력마저 뛰어넘는 시기’를 말한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부문 이사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45년 무렵이면 AI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런 세상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나. 아니, 어떻게 해야 살아남나. 미래학자와 과학자들은 AI가 인류를 지배하기 시작할 2045~2050년의 싱귤래리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생존법을 제시한다.
먼저 싱귤래리티 이전의 생존법. 과학자들은 바둑천재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였던 역사적 대국의 진실을 알아야 생존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16년의 대결은 절대로 이세돌이란 인간과, AI인 알파고의 싸움이 아니었다고 본다. 바둑을 어느 정도 두는 컴퓨터 엔지니어, 그리고 인류가 인터넷에 축적해온 지식의 도움을 받은 컴퓨터. 이 둘이 손잡고 이세돌을 이겼다는 것이다.
민족‧계층 대신 친AI-비AI 간 싸움
즉 싱귤래리티 이전까지는 AI와 인간의 싸움은 아니다. 불완전한 AI를 다룰 줄 아는 인간과, AI에 미숙한 인간의 싸움인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오랜 기간 지속됐던 민족 간 계층 간 싸움 대신, AI를 아는 사람과 AI에 무지한 사람이 2050년 부근까지 30년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공계가 절대 유리한 싸움이다.
그리고 AI가 마침내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2050년이 온다면? 어떤 직업이 인간에 맞는다고 예측한 미래학자는 적다. 대신 ‘이런 삶을 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조언은 있다.
미래학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work life balance)을 의미하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은 ‘워라밸’을 고집했다가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본다. 대신 ‘워크 애즈 라이프(work as life)’, 즉 삶을 살듯 생활하듯 일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예측한다. 삶과 일을 대립구도가 아닌, 통합해야할 한 몸으로 보는 것이다.
즐겨야 성공한다는 선현의 지혜
‘죽어라 피땀 흘려’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듯 자연스럽고 즐겁게 일하는 세상이다. 그 시대가 오면 하루 종일 24시간 일 했다는 것이 하루 종일 삶을 즐겼다는 말이 된다. 결코 하루 종일 착취당했다는 말이 아니다.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생활이며, 좋아하는 일로 가치를 만들어가며 사는 삶이다.
미래학자는 그런 세상에서는 ‘직업이 될 수 있는 취미’를 3개 정도 가지라고 충고한다. 일과 취미가 비슷해지면 근무하는 시간이 바로 삶이자 취미생활 즐기는 시간이다. ‘일 = 취미생활’이 되지 못하는 한 똑똑한 AI들이 득실거릴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즐겨야 성공한다’는 오래된 격언이 들어맞게 된다.
창조적인, 너무나 창조적인
세상에는 ‘미래에도 AI는 AI의 일을, 인간은 인간다운 창조적인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정부의 AI 정규교육도 비슷한 내용이다. 하지만 창조적이란 말이 그림을 그리는 것, 문학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혹은 과학적인 창조활동을 의미한다면…. AI가 ‘디프 러닝’을 통해 인간을 넘어서는 걸작을 만들어 낼 수 있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크리에이티브한’ 세상이 오는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AI 시대를 압두고 미국 언론들이 세계 최대 노동조합인 미 노동총연맹(AFL-CIO) 간부들에게 이메일로 질문한 적이 있다. ‘노동자가 AI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첨단 기술과 과학을 도입할 때는 노동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모두가 하나로 뭉쳐 교섭하면 불가능이란 없다. 정부도 직업훈련 기회를 마련하고, 새로운 직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인 2050년 쯤 AI가 인간을 지배하기 전까지만 맞는 말이다. 다행이랄까. 우리에겐 아직 30년 정도 삶의 방식을 고쳐볼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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