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風流)로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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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風流)로 노닐다

소리사위예술단 나래를 펼쳐
고희자·백은희 모녀 한자리에
살풀이춤·부채산조 등 돋보여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5-21 13:20:50

풍류 가득하다. 이달 6일 민속극장 풍류는 그러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마련한 ‘풍류기행(風流紀行)’. 이번 무대는 평택편이다. 지역 명인을 초대해 각 지역의 전통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자리다. 공기관의 책무 중 하나가 이런 의미 있는 기획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이 공연의 구심점은 고희자 선생이다. 10세부터 화성 재인청 출신의 고(故) 정경파(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도살풀이춤 보유자 고(故) 김숙자 등 여러 예인들을 사사했다. 평택 최초 경기도지정 전문예술법인 소리사위예술단을 이끌고 있다. 고희자 선생의 딸인 백은희 소리사위예술단 예술감독은 곁에서 든든히 춤 무대와 춤 고향을 동시에 지키고 있다.

첫 무대는 가볍게 ‘쟁강춤’이 연다. 쟁강쟁강 소리 난다. 동시에 날렵한 움직임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이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5명의 군무가 넘실댄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쟁강 소리도 울림이 배가된다. 절도 속 우아함, 강약의 움직임이 좋다. 공존의 이유다. 이어지는 무대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에 적합하다. 가야금 선율 소리와 함께 무대 우측에서 피어나는 무선(舞線)이 빛난다. 백은희의 솔로춤, ‘한영숙류 태평무’. 세심하고 안정감 있는 춤사위가 그녀의 춤 스타일을 웅변한다. 가야금과 장구 소리가 호흡을 맞춘다. 장단 바뀌면서 디딤과 사위는 마치 봄에서 여름으로 치닫는 듯하다. 안정감 속 춤 내공이 드러난다.

대금 소리와 함께 남자가 먼저 유유히 등장한다. 수줍은 여자를 사랑스럽게 무대로 안내 한다. 묵직하면서도 편안한 차혜지의 소리에 ‘춘향가 중 사랑가’는 싱그럽게 사랑을 이어간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 중 하나인 ‘선향무(부채산조)’. 백은희의 독무로 펼쳐진다. 대금의 여운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할 때 한 손에 든 부채가 이에 화답한다. 부채를 접고, 펴고, 돌리고, 바꾸는 등 부채 활용이 많다. 부채산조답다. 풍요롭다. 그 속에 아기자기한 맛이 들어 있다. 여성스럽다. 때론 강단도 보인다. 이성준의 대금 소리가 춤 마디마디에 선율을 타고 촘촘히 박힌다. 후반부로 갈수록 경쾌함을 더한다. 활달하다. 산조의 매력 중 하나다. 기존 산조와 차별화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부채산조에 이어진 무대는 특별출연 무대인 나인선의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 미세하고도 정직하게 두 손으로 춤의 매듭을 서서히 풀어낸다. 반주소리 더해진다. 교방의 활달함이 차분하면서도 꿋꿋하게 춤 공간을 채운다. 조용한 춤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미적 울림은 매섭게 스며든다. 상체 활용이 좋다. 흡입력 강하다. 후반부에 나인선의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춤도 따라 웃는다. 치마를 동여매다. 반주 장단에 더해 소고놀음이 분주하다. 화사함과 수수함이 교차되고 분사되는 순간이다.

반주단이 먼저 문을 연다. 솔로 후 군무 4명이 가세한다. ‘박병천류 진도북춤’에서는 10개의 북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이 작품은 양손에 든 북채처럼 즉흥과 신명이란 이름을 빛나게 한다. 마지막은 마산 출생으로 여러 선생들에게 춤, 소리, 풍물을 배운 주인공 고희자 명인이다. 깔끔한 영상으로 춤과 삶을 담았다. 피날레 작품은 ‘재인청 살풀이춤’. 한손에 든 수건이 허공을 맴돈다. 춤향기 짙다. 양손에 든 두 개의 수건을 돌리고 춤춘다. 수건을 살포시 안으며 춤은 마무리 된다.

지역의 살아 숨 쉬는 작품을 초대해 선보이는 ‘풍류기행’. 전통예술기행은 온오프라인 관객들에게 풍류를 느끼게 한다. 극장 이름도 ‘민속극장 풍류’여서 풍요로움은 더했다. 명주수건에 인생을 담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명인의 삶처럼 손끝으로 향한 춤의 창공은 푸르디푸르다. 맑디맑다. 경기만에 넘실댄 춤의 항로(航路)는 명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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