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침묵을 유지해오던 북한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비판함과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이 같은 북한의 반응에 국방부와 통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제문제평론가라는 김명철 명의의 글을 통해 “이번 미사일지침 종료로 남조선이 우리 공화국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승인해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 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 행위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1979년 처음 체결한 것이다. 4차례 개정을 거쳐 ‘한국이 개발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최대 800㎞로 제한한다’는 규정만 남아 있었으나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료됐다. 이로써 우리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수 있는 국가가 됐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상징적·실질적인 조치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을 한사코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다”며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북)정책 기조들이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저들이 추구하는 침략 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국가방위력 강화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소리가 없게 됐다”면서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통신은 문 대통령에게 막말을 하기도 했다. 통신은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지역나라들의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의 행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비난에 나선 것을 두고 대남·대미 전략적 수정을 완료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과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외무성 고위당국자 등 명의의 담화가 아닌 국제문제평론가 명의 글을 내놓은 것을 두고 비난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북한의 반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도 한 나라의 국방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북한의) 국제문제평론가 수준에서 한 얘기를 제가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공신력 있고 책임 있는 당국자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개인 명의의 글인 만큼 정부가 직접 논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대의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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