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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김명수 대법원 사법개혁, 과연 국민에 이익 되었나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6-02 10:25:46

▲ 이동호 변호사
/김명수 대법원장 이후 재판 처리기간 대폭 길어져
/직권남용 시비 탓 법원장도 신속 처리 권고 못해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법원장 추천제도 원인된 듯
/판사에게 신속 재판 요구할 명분 된 수단 사라져
/재판 장기화, 국민이 피해 입고 사법불신 원인 돼
 
5월 21일자 조선일보에는 “판사들 승진 없어지자. 재판 ‘세월아 네월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2107년과 4년이 지난 2020년을 비교해 볼 때, 형사 합의부 1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162.5일에서 215.3일로 52.8일, 즉 32.4%나 길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사건 수도 10.5% 증가했다지만 처리 기간은 그에 비해서 훨씬 늘어난 셈이다. 민사 합의부 사건의 경우는 사건 수가 오히려 4.8% 줄었음에도 처리 기간은 43.6일로 15%가 길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말에 이듬에 3~4월로 다음 재판 날짜를 잡는 경우가 이제 비일비재하다”, “민사 단독 재판부 사건의 경우도 소장을 내고 첫 재판까지 2개월쯤 걸렸는데 요즘은 4~6개월이나 걸린다”는 변호사들의 푸념도 소개했다.
 
필자도 민사 가처분 사건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1심에서 심문이 종결되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두 달 남짓 걸렸는데 2심에서는 두 달이 지나도록 결정이 안 내려지고 있다. 가처분이라는 것은 긴급을 요하는 사건에서 본 재판과는 별개로 빠른 시간 안에 법원에 임시적인 결정을 구하는 것인데 재판을 마치고도 결정까지 2개월이 넘게 걸린다면 보통 1개월 이내에 날짜를 못 박아서 선고를 하는 본 재판보다도 오히려 늦어지는 셈이다. 가처분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이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실력을 알아준다는 모 전관 변호사가 맡은 가처분 사건이 7개월씩이나 걸리다가 결국에는 기각돼 버렸다는 풍문도 들었다. 대단한 전관 변호사 사건에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업계 관행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법관의 정기인사가 보통 2월경에 있어서 이 무렵에 사건의 담당판사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은데 판사가 바뀌면 ‘변론의 갱신’이라고 해서 바뀐 판사 앞에서 종전의 변론 결과를 다시 진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바뀐 판사가 와서 곧바로 판결만 선고할 수는 없고 일단 종전의 변론 결과를 다시 법정에서 확인하고 궁금한 부분은 바뀐 판사가 당사자들에게 다시 물어 쟁점을 확인한 다음에 몇 주 후로 선고 날짜를 잡아서 선고를 해야 하니 판사가 안 바뀐 사건에 비해서는 그만큼 종결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빠른 사건 처리를 위해서 연말이 다가오면 재판장이 1월 말이나 2월 초에 선고를 해야 하니 변론을 마무리하자고 재촉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선고를 미루었다가 판사가 바뀌어 버리면 서너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루지 않고 부지런히 선고를 하는 것이 법원 세계에서 일종의 ‘상도덕’이었는데 조선일보의 보도처럼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면 인사이동 전에 열심히 재판하는 관행이 사라진 것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지 추측된다.
 
조선일보 기사는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그 중 하나는 기존에는 ‘적정 선고 건수’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이를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가 챙겼는데 이제는 빠른 사건 처리를 독촉하기만 해도 재판 개입, 직권 남용이 될 수 있어서 아예 터치를 안 한다는 것이다. 전임이었던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권한 남용 사건들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의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행적 허위보도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임성근 전 형사수석부장이 재판 진행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를 당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멀리는 2009년에도 대법관으로 지명된 신영철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광우병 촛불 시위자에 대한 재판의 빠른 선고를 재촉한 것이 재판의 독립 침해로 큰 논란을 빚었다.
 
물론 이 두 사례는 선고 건수에 대한 정량적 관리 이상의 개입이 문제된 사건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사법농단 수사로 100명 넘은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을 정도이니 어느 누구도 재판 개입의 시비가 생길 수 있는 선고 건수를 관리를 감히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승진 심사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량적인 지표 관리가 안 되다 보니 판사들이 야근을 불사하며 사건을 처리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사건 처리 기간 장기화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지적된 사유는 고등부장 승진 제도의 폐지이다. 고등부장이란 2심 법원인 고등법원의 부장판사를 말하는데 고등부장이 되어야 법원장도 될 수 있고 대법관으로도 추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사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였다. 판사 10명 중에 1, 2명만이 고등부장 자리에 올랐는데 차관급 대우에 관용차도 배치되고 퇴직하면 전관 시장에서도 큰 대우를 받다 보니 군인이 ‘별’을 다는 것에 비유되었다. 그러다 보니 고등부장 승진을 미끼로 사법부의 판사 길들이기와 관료화가 유지된다는 비난을 받아 왔지만 승진을 원하는 판사들이 그만큼 열심히 재판을 했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득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김명수 사법부가 과거의 폐단을 이유로 승진 제도를 폐지했다. 승진제도가 사라졌으니 판사들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인사이동을 앞두고 굳이 열심히 일 해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할 이유가 없어진 부분 또한 사건 처리 장기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승진 제도가 없는 조직에 대해서 일 처리의 속도를 감히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법부 관료화나 판사 길들이기는 당연히 문제이지만 그게 사법부 내부를 넘어서 과연 국민의 민생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100명 넘는 고등부장에게 차관급 대우를 해주고 관용차를 지원해주는 돈이 사법부 전체 예산에서 과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을지도 의문인데 차라리 그 돈을 쓰되 그 대가로 법원에 대해서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에게는 더 큰 이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사건 처리 지연에 김명수 사법부가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도 한몫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 이 제도는 일선 판사들이 추천하는 후보를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로써 현재 7개 법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재판을 열심히 하는 판사보다 두루두루 신망을 얻는 정치인 형 판사가 법원장 되기에 유리한 길이 열렸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금 거칠게 설명하자면 예전에는 법원장이 되려면 우선 고등부장 승진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재판해서 성과를 보여줘야 했는데 앞으로는 열심히 재판할 시간에 차라리 사법부 최대 조직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들어가서 그 회원들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밥을 사며 인기 관리를 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판사들도 욕망을 지닌 사람인데 사법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아 버렸으니 판사들에게 본연의 업무인 재판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할 명분도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조선일보 기사는 “재판받는 사람 입장에서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고통의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것이고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어느 변호사의 지적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그 변호사의 말에 변호사인 필자 또한 큰 공감이 갔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오래된 법언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재판 기간이 길어지면 승소 측이건 패소 측이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승소 측은 원래부터 가진 권리를 실현하기까지 보내야 하는 고통스런 시간이 길어지고 패소 측도 다툴만한 이유가 있어서 다툰 것인데 길어지는 시간만큼 지연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변호인으로서는 의뢰인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법원의 게으름을 핑계대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로 인해 사법 불신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 재판에서 주심 판사가 장기간 사건을 끌다가 급기야는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신청하고 떠나 버려서 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냐는 비판도 있는데 더 이상의 사법 불신이 생기지 않으려면 아직 2년 넘게 임기가 남은 김명수 대법원이 재판 장기화 해소할 해결책을 반드시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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