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재해 빈번한 건설업…근본부터 뜯어고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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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5 00:02:30

이달 9일, 전남 광주시의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 철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상 5층짜리 상가건물이 통째로 도로 쪽으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 아래에 깔렸고, 17명의 사상자가 생겨났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의 권순호 대표는 사고 당일 즉각 광주로 내려가 참사 현장을 돌아보고 유가족에게 사과의 의사를 전했지만, 국민적 공분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참사의 피해자들이 철거 현장 근로자도 아니고 일반 시민이기 때문인 듯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참사를 두고 ‘언젠가 터질 일이 이제 터졌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대형건설사 시공 현장이든 중견, 중소건설사의 시공 현장이든 하도급 협력이 불가피하게 필요한데 시공사와 원청사에서 이를 하나하나 관리하고 감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청을 하더라도 재하청 등의 불법 하도급이 관행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하도급의 경우 책임감을 제대로 갖지 않고 공사에 임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도급 업체들 사이에서는 공사, 철거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빠르게’ 또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공사에 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 내에서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진단·대응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의 관행은 그동안 여러 사고 현장의 원인이 돼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나타난 사고 등을 되짚어 보면, 불법 하도급 현장에서 나타난 사고가 훨씬 많았다. 이번 광주 참사와 ‘판박이’인 5명의 사상자를 낸 2019년 서울 잠원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도 얼렁뚱땅 넘어가시는 식의 하청업체 시공이 원인이 됐다. 감식 결과 하청업체는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채 철거했고, 이것이 참사의 주원인이 됐다.

이번 광주 참사 역시 불법하도급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자세한 것은 더 조사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은 백솔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경찰은 재하도급을 맡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불법 하도급 관행은 부실 공사뿐만 아니라 중대 재해로도 쉽게 연결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이제 뜯어고쳐야 할 때다. 다수의 건설 전문가들은 단순히 중대 재해 발생 시공업체 대표만 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불법 하도급이 생겨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산업 환경을 바꿔야 하며, 서류에만 의존하는 관리 체제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참사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더 이상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배태용 ty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