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A씨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역까지 만보 이상 걸으며 애플리케이션(앱) 포인트를 쌓는다. 지하철에 탑승해선 또 다른 앱에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참여하며 포인트를 얻는다. 점심을 먹고 나선 영수증을 촬영하고 이를 블로그에 업로드하며 소액의 현금을 보상받는다. 이후 편의점에선 음료수를 구매하고 남은 900원을 적립식 통장에 자동으로 저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불황을 이겨내는 방안으로 ‘짠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짠테크’는 돈에 있어 인색한 사람을 표현하는 ‘짜다’와 ‘재테크’를 합친 말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낭비를 최소화하고 적은 비용을 투자해 목돈을 만드는 재테크 방식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특히 2030세대의 관심이 크다. 이들은 취업과 노동안정성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짠테크’를 활용해 ‘티끌모아 태산’ 방식으로 자산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1 짠테크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짠테크’에 대한 관심도는 74.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20대도 56.8%로 절반이 넘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36.8%, 11.4%로 비교적 낮았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돈을 버는 재테크 방식 역시 2030세대(20대 46.4%·30대 50%)가 주로 참여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35.2%, 25.2%에 불과했다.
지향하는 삶의 방식도 변했다.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야 후회가 없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2017년 75.8%이었으나 올해 55.6%로 줄었다. ‘먼 미래의 일보다 현재 내 삶의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질문 역시 4년 사이 53.8%에서 41.4%로 감소했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YOLO)’ 성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이후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불황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짠테크’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전에는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쿠폰을 사용하거나 할인을 받는 사람들을 ‘구두쇠’나 ‘짠돌이’라고 폄하하는 시선이 존재했는데 이러한 시선이 부쩍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잔돈으로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MZ세대의 ‘짠테크’
‘짠테크’의 기본적인 원리는 평소 무심코 지나치는 잔돈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겨냥해 인터넷전문은행들과 핀테크사들은 경쟁적으로 ‘잔돈 재테크’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체로 납입금액이 적고 만기주기도 짧아 MZ세대들이 접근하기 상품들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재미와 실속을 갖춘 ‘짠테크’ 상품인 ‘저금통’을 판매하고 있다. 잔돈 1원부터 999원까지 자동으로 계좌에 저축하는 상품이다. 저축 한도는 10만원이다. 저금통을 비울 때 쌓아놓은 돈을 출금할 수 있다. 금리는 연 2%다. 저금통에 쌓인 금액에 따라 저금통 이미지가 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매달 5일에만 실제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토스도 물건을 구매한 뒤 남는 잔돈을 저금해주는 ‘잔돈저축’ 서비스로 ‘짠테크’에 뛰어 들었다. 토스카드로 결제할 때 1000원 미만 잔돈을 자동으로 지정된 계좌에 저금하는 상품이다. 편의점에서 5400원치를 사고 카드로 결제할 경우 6000원을 결제하고 잔돈 600원을 알아서 저금하는 식이다. 저축된 돈은 조건 없이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 핀크 역시 ‘습관저금’ 상품으로 ‘짠테크’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카페·편의점·빵집·패스트푸드점 등 6가지 분야에서 결제할 때 정해진 비율(5~50%)의 금액을 자동 저금해주는 상품이다. 매일 4100원짜리 커피를 30일 동안 마실 경우 ‘습관저금’ 내 금액은 6만1500원에 달한다.
잔돈만 모아서는 자산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투자를 해야 한다. 2030세대들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짠테크’ 상품들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미니스탁’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는 기존 1주 단위로만 살 수 있던 해외 주식을 별도 환전 절차 없이 1000원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소수점 매매 투자 서비스다. 이를 통해 1주에 67만원(599.36달러)인 미국 테슬라 주식을 2000원(0.003주)만큼 사들일 수 있다. 올해 초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입자 수는 최근 약 83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고객 중 2030세대의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의 해외주식 상품권 ‘스탁콘’도 인기다. 이 상품권은 소액으로 미국 주요 종목을 소수점 단위로 매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스타벅스는 4100원, 넷플릭스는 1만2000원, 애플은 2만5000원, 테슬라는 3만원에 판매된다. 소수점 구매가 가능한 다른 종목도 같은 금액만큼 매수가 가능하다. 최근 6개월 간 30대의 매수 비중이 39%로 가장 많았다.
걸음 수·설문조사·영수증 인증해도 포인트·현금 줘
돈이 아예 없다면 리워드앱으로 눈을 돌려도 좋다. 리워드앱이란 광고를 보거나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나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소소한 금액이라 푼돈으로 볼 수 있지만 알뜰살뜰 모으면 식사 한 번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쏠쏠하다.
캐시워크는 걷는 걸음 수에 비례해 포인트를 적립하는 리워드앱이다. 100보당 1원이 적립된다. 하루 1만보까지 적립할 수 있어 최대 10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적립한 포인트는 편의점, 카페, 빵집, 레스토랑 등 제휴사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설문조사 리워드앱 ‘라임’도 인기다.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롯데멤버스 제휴사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통합 포인트인 L포인트를 주는 서비스다.
영수증이 돈이 되는 리워드앱도 있다. 바로 스펜더다. 영수증을 촬영해 사진을 올리면 한 장당 100원의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서비스다. 하루 10장까지 할 수 있다. 3만원을 모으면 등록한 은행 계좌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5일 전 결제한 영수증만 적용된다.
백지환 한국마케팅연구원 연구위원은 ‘짠테크 소비 트렌드’라는 보고서에서 불황이라는 경기 상황이 밀레니얼세대가 짠테크에 열광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짠테크가 저성장과 불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백 연구위원은 “열심히 일을 해 버는 것으로는 돈을 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면서 짠테크는 힘을 더하고 있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돼 경기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된다는 것은 곧 가성비 좋고 활용성이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짠테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성을 통해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고 기업들에게는 가성비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 이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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