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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일상의 공해가 된 건 오래전부터다. 정치에 민감한 국민을 볼모로 후진국에서나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부정과 비리가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이 일반 서민보다는 기득권 세력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우리 내부의 사회악 혹은 독버섯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정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까지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악순환을 더 부추긴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자는 이를 더 부추기고, 손해를 보는 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국가 통치가 시장의 기능보다 우선해 작동하고 있는 점이다. 부(富)의 조정이라는 것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의 활력이나 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한 몫을 크게 챙기려는 기회주의와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권과 결탁한 이권 카르텔이 확대 재생산된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며 이를 단절하지 못하면 국가는 계속해 후퇴하기 마련이다.
현 정권이 출범 초에 내건 소득주도성장이 세금주도성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양분해 전자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후자에게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놓고, 이를 각종 세금으로 거둬들여 기본복지 혹은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선심을 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 목표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처음부터 의도된 정책의 실패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자행되는 무분별한 유동성 공급으로 국가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 추세라면 올해 연말 국가부채가 무려 100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간 가계와 기업의 민간부채마저 1000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 기준 4135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2016년 말(3163조3000억원)과 비교해 972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1635만원에 달한다. 재정준칙을 제정하자는 행정부나 야당의 제안에는 아예 귀를 닫는다. 상당수 국가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과 같은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후폭풍이 언제 몰아칠지 살얼음판이다.
사회 양극화는 충격적으로 더 심해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과 소득주도성장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타격을 크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상황은 양극단을 더 벌리고 있다.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동원하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가치가 크게 뛰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도국까지 최근 2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평가가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세계 주요 대도시의 경우 무려 20%나 급등했다. 저금리·풍부한 유동성·수급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시장의 기능을 무시하고 이에 반하는 설익은 정책을 남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조장했다. 아파트 가격에 대해 정부는 17%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경실련은 무려 2배에 가까운 93%나 올랐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정부의 발표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부동산 가격의 거품은 제거된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의 기능을 신뢰하면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정치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가의 주요 정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이면서 졸속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부 경제주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엄청난 시련을 경험하는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조치들은 될 수 있으면 뒤로 미루어 여건이 충족되었을 때 시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 사례다.
당장 생존하기도 힘들거나, 포스트 코로나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준비해 나가는 것도 벅찬 실정이다. 국가 경쟁력보다는 오히려 진영의 이기를 위한 팬덤 정치, 즉 표(票)와 연결하는 정치적 이해타산에만 집중한다. 문제는 이에 따른 후유증이 당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 정권 출범 초기 우호적으로 감싸던 상당수의 진보 지식인들도 진보의 가치를 무너뜨린 정부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부동산 실패와 고용 참사, 586세대의 불공정을 질타한다.
또 다른 특징은 비상식적이고 부도덕한 인물들이 졸지에 요직을 차지하면서 잡음과 구설이 끊이지 않는 점이다. 이들의 약점을 활용해 자신의 배 불리기만 하는 약삭빠른 늘공(직업공무원)들까지 양산되고 있는 판이다. 예산 남용과 빼먹기, 이권 카르텔 형성과 밀어주기, 성범죄 급증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을 보면서 이들의 민낯을 재확인하게 된다. 여야 인사들이 대거 망라돼 쉬쉬하고 넘어가려 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 그들이 그토록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을 애써 수정하려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농축산업자 보호를 구실삼아 뒤로 대게와 과메기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았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인구 과밀과 부동산 가격 하락 유도를 위해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천도론을 야단스럽게 추진하더니 결과적으로 특별공급 아파트를 통해 눈치 빠른 공무원만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유명을 달리한 전임 서울시장은 시민이 참여하는 마을 생태계를 목적으로 만든 마을센터에 지난 10년간 인건비 267억원을 지원해 시민단체 일자리만 만들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선출된 독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거대 여당의 독재와 법 만능주의가 국민의 창의성을 말살하고, 궁극적으로 국가를 위기에 빠트린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대통령제를 포기하기엔 우리가 처한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제왕이 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제도에 역행하는 행위이지만 이에 대한 제재 수단이나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낭패다.
절제된 리더십은 리더의 자질과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기반하며 그런 지도자의 탄생은 작금의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현재 시중 여론 동향을 보면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비율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권 유지를 바라는 측과의 격차는 15% 내외다.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절차에 의해서 지도자가 결정되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 판단의 기준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누가 덜 탐욕적이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의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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