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박정희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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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國과 强兵’ 꿈꾼 식민지 청년의 일대기
5·16 전후 긴장된 순간 춤과 노래로 표현
그가 일군 功으로 누리는 ‘번영’ 기억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15 00:02:01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함께 명실공히 ‘먹고 살만한 대한민국’을 만든 대통령 박정희가 취중에 기자들한테 종종 하던 말이다. 무덤에 침을 뱉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경멸을 의미한다. 1978년 성폭행 피해자의 복수를 다룬 미국 영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가 알려지고, 언론인 조갑제가 1998년 박정희 전기를 내며 제목으로 삼아 ‘박정희’의 어록처럼 됐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말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그 박정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박정희’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부제를 달고 2월 서울 초연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주를 거쳐 이달 18일까지 다시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개막 초창기엔 매회 만석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서울 재공연을 하며 객석에 빈자리가 많아지자 제작사와 배우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박정희 역을 맡은 배우 정도원 씨는 문화공연계 선배로부터 ‘뮤지컬 박정희’를 하면 다시는 무대에 서거나 연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협박까지 받아가며 열정을 쏟은 가치 있는 작품이라 많이 관람해 주길 바라고 있다.

‘뮤지컬 박정희’는 박정희가 대구사범 재학 중 몰래 조선역사 공부를 하다 박해를 당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를 악다문 박정희는 훗날을 기약하며 참고 또 참는다. 식민지 치하에 태어난 젊은이로서 응당 지닌 기개다. 그는 조국을 되찾아 부국(富國)과 강병(强兵)을 꿈꿨다. 교사 생활을 하다 만주로 떠난 것도 이런 뜻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훗날 한강의 기적을 낳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만주에서 습득한 것이다.

뮤지컬은 6·25 전란 속 육영수와의 결혼에 이은 5·16 전후의 긴장된 순간을 춤과 노래로 잘 표현해 냈다. 넓지 않은 무대를 가득 채운 20명의 배우들은 혼신을 다해 박정희와 김종필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의 특장점(特長點)을 잘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와 이병철, 박정희와 김일성, 박정희와 지미 카터, 김재규와 차지철을 대립 구도로 설정해 팽팽한 긴장감도 더했다.

물론 ‘뮤지컬 박정희’의 전체적인 맥락은 인간 박정희의 ‘나라다운 나라, 배곯지 않는 나라, 타국에 업신여김 받지 않는 나라 만들기’라는 일관된 목표에 집중한다. 5·16 직후의 정치깡패 소탕, 베트남전 참전, 광부·간호사 독일 파견, 정주영과 경부고속도로, 이병철과 한국비료공장, 박태준과 포항제철소는 양념이다. 그가 손수 일군 새마을운동 등 본질은 늘 부국강병이다.

그렇다고 박정희에 대해 일방적인 찬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74년 김일성의 사주를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한 육영수 여사 피살 이후 흐트러진 모습,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인권 문제로 압박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의 혈전, 그리고 시월유신으로 촉발한 부마사태 등 어두운 면도 가감 없이 무대 위에 표현된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꼭 소환되는 박정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77년 달성한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와 100억달러 수출은 ‘한강의 기적’으로 두고두고 회자하고 있다. 인생 역정을 나열한 것임에도 뮤지컬 대본이 되는 그의 삶은 “난 괜찮아”라는 최후의 발언마저 의미 있게 들린다. 흔히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하지만, 그의 공으로 번영을 누리는 우리에겐 과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외려 나라를 나락에 빠트린 현 정부의 ‘과십공영(過十功零)’ 평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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