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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의무화 조치 등 가상자산 규제가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 규제뿐만 아니라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가상자산 규제의 실효성에 관한 일고(一考)’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가장자산 거래소의 은행 실명계좌 개설 의무화 등의 조치가 실제로 투자자 보호에 실효성이 없을 경우에는 실명계좌 관리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이 은행과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금융정보법을 기초로 은행으로 하여금 고객별 가상계좌에 대해 실명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개별 고객 계좌와 거래소 계좌를 분별 관리하는 투자자 보호책을 시행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상자산은 비밀키를 보유한 자만이 송부가 가능하다”며 “비밀키를 보유한 거래소가 고객 계좌의 가상자산을 분실·임의처분하거나 파산한 경우에는 자산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실제로 투자자 보호 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고객계좌 전체가 하나의 노드로서 비밀키가 설정돼 혼합 관리되고 있어도 각 고객은 혼합관리된 가상자산에 대해 공유지분권을 주장해 이론상으로는 반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비밀키를 보관하고 있는 거래소의 협력 없이는 실제로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비밀키 취득이 어려우면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거래소가 파산해도 해당 가상자산을 파산재단 재산으로 보전하기 곤란해 도산절차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비밀키를 제3의 공공기관에 등록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가상자산을 사실상 차압금지 재산으로 만들어 자금세탁·테러자금 유용 방지 등에 기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이 차압금지 대상이 될 경우엔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이때 가상자산이 지배적인 결제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그 영향은 심각해 지급결제시스템이나 강제집행·도산절차 제도의 기초를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가상자산의 시장적 거래질서를 규정하는 사법(私法)원칙이 수립되지 않는 가운데 공법(公法)·감독법규에 근거한 시장통제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은 유체물이 아닌 관계로 소유권의 대상도 아니고 특정 발행자가 없어 채권 행사도 곤란하며 정보 가치가 없어 지적재산권의 대상도 아니다”라며 “현재 가상자산의 발생, 이전, 소멸 등을 직접 규정할 사법상의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소유권 내지 재산권, 채권, 지적재산권 등의 사법 원칙이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 권리를 보호하거나 제한하려는 공법·감독법규에 의한 시장통제는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지 못해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실명계좌 의무화 조치를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 등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거래소 규제뿐만 아니라 반환청구권 행사가능성 등 가상자산의 사법적 측면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거래소에 대해 은행이나 고객이 해당 자산의 반환청구권이나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경우에는 사실상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반환청구권 행사가능성은 실명계좌 관리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이 은행과 고객에게 전가되지 않기 위한 필요조건이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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