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高點 주장하기엔 근거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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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高點 주장하기엔 근거 빈약하다

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7-28 00:02:41

부동산전문 기자로 일을 하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까요’, ‘어디 집을 사면 될까요’ 등과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이 부분은 정답이 없고 전문가들의 견해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으므로 선뜻 답변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질문 때문에 난처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나름 고민이 돼 취재 도중 부동산 전문가인 교수님께 물어봤다. “도대체 앞으로 서울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그 교수는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한둘이 아니므로 정확하게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택 가격은 개발 및 교통 호재, 입주 물량, 금리,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혐오시설 여부, 소음, 임대주택 비율, 분위기, 기후 등 변수가 매우 많고 이것을 사회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단정 짓기 곤란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런 만큼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까운 미래는 그나마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부동산 기자로 일해오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 계획이 발표되기 이전에 경기도 김포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GTX-D 등 교통 호재를 비롯해 다른 개발 요인들도 산적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4차 발표 이후 기대했던 구상과 다른 방향의 노선 계획이 발표되자, 이 지역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이어갔고 호가도 크게 떨어졌다. 입주 물량, 개발 호재 등의 근거를 내세우며 주택 가격이 크게 치솟던 발표 이전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결과였다.

이렇듯 시장은 어느 것 하나 장담할 수 없고,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예측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 대해 장담하듯이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은 거듭해서 집값 폭락론과 고점(高點)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인사들의 집값 폭락, 고점론의 중심에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과 금리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으니 집값이 분명히 하락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러한 정부의 발표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에 따르면 이번 달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3%에 이어 이달 1.28%를 기록하며 여전히 1%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5751만원으로 지난달보다 1468만원 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정부의 주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운 금리 인상은 가계 부담이 크게 늘 정도로 가파르게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불투명한 입주 계획, 값비싼 분양가, 높은 임대주택 비율 등 당장 기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반대 근거만 해도 너무나 많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고점’론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시장이 납득할 만한 정책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자세를 취해야할 때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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