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박휘락의 안보정론
‘남북 관계’ 국내 정치 활용을 우려한다
직통선 전면 복원…정부, 비핵화 출발점 홍보 주력
사용 미미해 의미 없던 대화 창구…의지가 더 중요
현 정부 남은 역할은 차기 정부에 교훈 정리·전달
박휘락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03 11:30:22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6월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남북한 간의 직통선이 전면 복원됐다. 2020년 6월 9일 북쪽이 일방적으로 단절한 지 13개월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은 결과라는 암시도 있었다.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 간의 화상회담을 준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에서는 통신선 복원을 남북대화, 나아가 북한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남북한이 통신선이 없어서 소통을 못한 것이 아니다. 남북한 간에 대화의 의지만 있다면 통신선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27일 통신선을 복원하고 나서 나타난 변화가 있었는가. 통신선이 복원되는 그날 북한의 김정은은 평양에서 군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국방성, 각 군종, 군단, 사단, 여단, 연대의 군사 지휘관과 정치위원들을 대규모로 동원한 강습회를 열어서 군의 결속을 도모했다. 정부에서는 이 강습회에서 핵 언급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방까지 비우면서 지휘관을 소집해 강조한 것은 당연히 군사력 증강과 유사시 승전태세 유지가 아니었겠나.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면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했다. 그렇게 해서 이룩한 게 무엇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밖에 없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에 북한이 합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강해왔다. 남한 정부는 이것을 비판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비판을 해도 북한이 “노력한다고 했지 언제 비핵화한다고 했냐?”라고 되물으면 할 말이 없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번 통신선 복원도 이전에 설치돼 있던, 하지만 사용되지 않아 큰 의미는 없던 통신선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절한다고 했다가 복원한 것을 두고 어떤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는 사이에 북핵 위협이 얼마나 증강됐는지를 보자. 세계 각국의 핵무기 숫자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공개하는 미국과학자협회(FAS)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2019년에는 25개로 평가하다가 2020년에는 35개로 증대시켰고, 올해는 45개라고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증대시켜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랜드(RAND)연구소는 북한이 매년 12~18개의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100개를 넘었다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그 사이에 미국 공격용 대륙간탄도탄(ICBM)과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은 물론이고, 핵잠수함(SSBN)까지 개발하고 있고, 남한 공격용이 분명한 전술핵무기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비핵화에 대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4년여 동안 대북 억제 태세만 약화시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막대한 실패를 겪은 후 통신선 복원을 성과라고 떠드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가.
 
이번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유의해 볼 필요가 있는 사항은 수 차례의 대통령 친서가 교환됐다는 사실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현 정부가 무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 북한이 호응해준 결과가 통신선 복원일 수 있다. 북한은 손해될 것도 없으면서 남한 정부에게 생색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해 허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9일에 예정돼 있고, 현재 여당과 야당에서 다양한 대통령 후보들이 나서고 있다는 상황과 결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통일부 무용론이 쟁점이 된 바도 있는데, 통일부가 이번 통신선 복원을 남북 화상 정상회담까지 연결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조치가 국내 정치용인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9개월 남짓 남았을 뿐이다. 남은 대통령 선서일은 7개월에 불과하다. 4년여 동안 못한 일을 임기 말의 대통령이 7~9개월에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을 한들 그 합의가 다음 정부에 그대로 계승될 것인가. 이것을 모를 리 없는 북한이 현 정부와 구속력 있는 합의를 과연 할 것인가.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리’이다. 그 동안 잘한 것은 다음 정부에 계승시키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다음 정부에게 교훈으로 정리해 넘겨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제발 국내 정치적 필요를 위해 북한에게 접근하거나 북한에게 부탁하지 말라. 남북한은 법적으로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그러한 활동은 북한을 이롭게 만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정권 말기에는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한다는 오해조차 받지 않고자 더욱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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