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거리 먼 김홍국 황제경영 국감서 다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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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화두 ESG 정착에 정치권·재계 힘 합쳐
하림그룹 불투명 지배구조에 각종 부작용 도마
ESG 확산 노력 물거품 우려, 국감현안 자격 충분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09 00:02:10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의미하는 ‘ESG’가 전 세계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과거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던 ESG는 이젠 경제 분야를 넘어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가히 세계적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유행에 동참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전담 부서나 조직을 따로 마련해 ESG 경영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정치권 또한 분주한 모습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각 기업들이 ESG 경영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오랜만에 재계와 정치권이 세계적 트렌드의 중심에 서기 위해 뜻을 모으긴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ESG 수준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주요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중견·중소기업은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ESG 경영을 도입할 역량이 부족한 것이 주된 이유지만 아직까지 인식 자체가 기존의 경영 방식에 머물러 있는 탓도 크다.

전자일 경우 어느 정도 정책적 지원에 의해 해결이 가능하지만 후자일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히 정책적 지원이나 독려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기업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규제나 본보기 차원에서의 따끔한 조언 정도가 적당하다. 본보기 대상은 ESG 경영과 거리가 먼 경영 행보를 보여 여론 안팎의 논란을 사고 있는 기업이 적절하다.

축산업 신화로 불리는 하림그룹은 본보기 대상으로 삼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림그룹은 최근 오너인 김홍국 회장의 막강한 지배력에서 비롯된 황제경영 논란, 책임경영 외면 논란 등의 구설에 휩싸인 상태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ESG 항목 중 ‘G(거버넌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팜스코 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은 83.3%로 집계됐다. 올 1~3월 중 이사회는 두 차례 열렸으나 지난해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승인, 대표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 굵직한 사안들이 많았다. 이 가운데 팜스코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 회장의 출석률은 0%였다. 두 차례의 이사회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13차례 열린 이사회 중 단 한번만 출석해 7.7%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김 회장이 저조한 출석률에도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황제나 다름없는 막강한 지배력이 자리하고 있다.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자리한 하림지주는 상장회사임에도 김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이 50%가 넘는다. 과거 66.5%에 달하던 지분율을 낮춘 게 이 정도다. 김 회장 단독으로 모든 의사 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G’ 항목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을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해당 항목은 한국어로 해석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로 불리게 됐지만 엄밀히 따지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소액주주가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의 독단 경영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가를 평가하는 지표라고 이해하면 된다.

‘G’ 항목은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존속 여부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ESG 항목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오너나 CEO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을만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면 주주 및 소비자 이탈이 일어나 경쟁력과수익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 전체가 휘청거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양유업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김 회장의 황제경영 논란, 그에 따른 각종 부작용은 분명 ESG 경영과 크게 어긋나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사안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ESG를 재계 전반에 완전히 정착시키려는 정치권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례다.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계속해서 등장할 경우 정치권 노력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SG를 완전히 정착시키려는 정치권 노력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하림그룹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올해 국감은 논란을 종식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국 회장을 직접 국감 증인으로 채택해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