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조선 ‘반역자’들이 받았던 봉지(封地)는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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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왕검성 공격했던 좌장군에 항복했던 번조선의 대신들
‘반역자’ 한음·삼·왕겹, 한나라 점령지 제후로 봉해져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11 09:30:31

한 무제의 특사로 파견된 제남태수 공손수는 좌장군의 말만 듣고 누선장군을 체포했다. 누선장군이 지휘하던 수군은 좌장군의 육군에 합쳐버렸다. 그러고 돌아간 공손수는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처형당했다. 공손수의 일처리가 한 무제의 갈망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수군 병력을 넘겨받은 육군사령관 좌장군은 ‘매파’답게 맹렬하게 왕검성으로 쳐들어갔다. 거센 공격에 조선상(朝鮮相) 로인(路人), 상 한음(韓陰), 니계상(尼谿相) 삼(參), 장군 왕겹(王唊) 등 번조선의 대신들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들은 항복하기 위해 앞서 누선장군과 접촉했던 이력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모의하며 “처음에는 누선장군에게 항복하려 했지만 그는 지금 구금상태고 좌장군이 단독으로 모든 장졸들을 합쳐 공격해오니 전투가 더욱 맹렬해져 맞서 싸우기 두려운데도 우리 왕(우거)은 항복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는 한음, 왕겹, 로인 등은 모두 도망쳐 한나라에 항복했다. 다만 로인은 도중에 죽었다.

후한 학자 응소(應劭)는 항복한 대신들을 로인, 한음, 니계, 삼, 왕겹 등 5명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당나라 때 『한서』에 주석을 단 안사고(顔師古)는 니계상을 직책으로 봐서 로인·한음·삼·왕겹 등 4명이라고 봤다. 전쟁이 끝나고 논공행상 때 니계가 봉해진 제후의 이름에 없는 것으로 보아 4명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상(相)은 한·위나라 때 제후국들이 설치했던 관직이다. 명칭은 서로 달랐지만 군을 다스리는 태수와 동급이라고 설명돼 있다. 로인의 직책인 조선상은 나라 조선이 아니라 한서지리지에서 유주의 낙랑군에 속하는 조선현을 다스리는 현령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원봉(元封) 3년(B.C.108) 여름, 니계상 삼이 사람을 시켜 (번)조선의 우거(右渠)왕을 죽이고 항복해왔지만 왕검성은 아직 함락되지 않았다. 죽은 우거의 대신 성기(成己)가 반기를 들고는 다시금 한나라 군사들을 공격해오니 좌장군은 우거의 아들 장항(長降)과 조선상 로인의 아들 최(最)로 하여금 그 백성들을 달래 성기를 죽이도록 했다.

이로써 드디어 조선을 평정해 사군으로 했다(以故遂定朝鮮爲四郡). 니계상 삼을 봉해 홰청(澅淸)후로 삼고, 상 한음은 추저(荻苴)후로, 장군 왕겹은 평주(平州)후로, 태자 장항은 기(幾)후로 삼았다. 최는 아버지 로인이 죽은데다가 자못 공이 있었으므로 온양(溫陽)후로 삼았다.”

이 밖에도 (번)조선 4명의 반역자들은 목숨 보전을 위해 자신들의 두목인 우거왕을 처치하기도 했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하던 충신 성기 장군마저 죽이는 악행도 저질렀다. 놀랍게도 이 반역의 대열엔 우거왕의 아들 장항이 합류해 있었다.

(번)조선이 망하자 한나라는 ‘유공자들’을 점령지역의 제후로 봉하는 논공행상을 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나라 위소가 제후들의 봉지(封地)에 붙인 주에 따르면 “평주는 양부(梁父)에, 기는 하동(河東)에, 적저는 발해(渤海)에, 홰청과 온양은 제(齊)에 속한다”고 한다.

바이두(百度) 백과에서 설명하는 평주는 “동한 때 동북방을 유주라 했는데 공손탁(公孫度)이 요동에 살면서 스스로 평주목(平州牧)이라 칭했다. 조위(曹魏) 때 연국(燕國)을 없애고 요동, 창려, 대방, 현토, 낙랑의 5군으로 나누어 평주라고 했다. 치소는 양평이었는데 머지않아 폐지돼 유주로 들어갔다”고 설명돼 있다. 즉 평주는 유주의 일부였던 셈이다.

유주는 산서성 남부와 황하 북부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그곳 어딘가에 평주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평주에 남소(南蘇)수가 흐르는 현토(玄菟)군과 패수(浿水)가 흐르는 낙랑(樂浪)군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산서성 남부였을 것이다.

기가 속하는 하동(河東)은 말 그대로 황하의 동쪽으로 산서성 남부를 말하는 것이다. 적저가 속하는 발해는 바로 유주의 동부에 속하는 발해군(渤海郡)을 말하는 것이다. 참고로 발해는 산동·하북·요녕성과 접하는 현재 중국의 내해가 아니라 고대의 발해는 하남성과 산동성의 경계에 있던 가로100리·세로300리 크기의 큰 내륙호수였던 대야택(大野澤)이다.

▲ 위휘현에 있는 강태공 의관묘**(오른쪽 위)**와 산동성 임치에 조성된 가짜 묘**(오른쪽 아래)**. [사진=필자 제공]

제(齊) 땅에 속한다는 온양(溫陽)은 바로 북부하남성을 흐르는 심수(沁水)의 남쪽에서 현재 이름 망하(蟒河)가 황하로 흘러 들어가는 곳에 위치하는 지금의 온현(溫縣)이다. 심수 서쪽에 위치하는 위휘현은 강태공의 고향이며 제의 도읍이었다. 이곳에서 온현은 약 120km로 떨어져 있으므로 온현 역시 제 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강태공의 제나라 도읍이 산동성 임치(臨淄)였다는 홍보를 위해 그곳에 강태공묘를 조성해놓았지만 이는 지명 이동을 통한 역사 왜곡용 가짜 묘다. 강태공은 자신을 등용시켜준 주 문왕 곁(섬서성)에 잠들어 있다. 그의 고향 위휘현에는 의관총이 조성돼 있다. 다만 같은 제 땅에 속했다는 홰청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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