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24년 개자추(介之推)가 이런 말을 했다. “남을 탓하고서 그것을 본받으면 죄가 더욱 큰 것이다.” 즉, 남의 죄를 탓하면서 똑같은 죄를 스스로 범한다면 그 죄는 더욱 크다는 의미이다.
‘춘추좌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공자 중이(重耳)를 따라 망명했던 다섯명의 현사(賢士) 가운데 한 사람인 개자추는 성품이 너무나 강직했다. 19년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본국의 도성이 가까워질수록 주군 곁에서 과거의 공을 인정받으려고 아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역겨움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문공(重耳:중이)이 진(晉)나라 군주로 등극하는데 큰 역할을 했음에도 논공행상에서 제외되자 개자추는 문공의 신하들이 자신들의 공이 아닌 걸 마치 자신들의 공인 것 마냥 상을 받은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개자추에게 “너는 그동안 함께 고생을 했는데, 왜 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개자추는 어머니에게 “그동안 상을 탐내는 자들을 제가 욕했는데, 그들처럼 똑같이 상을 요구한다면 저의 죄는 더 큽니다. 이미 그들을 원망했으니, 저는 그 녹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도 아들의 마음을 헤아렸고, 산으로 들어가는 개자추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 개자추의 시종이었던 사람이 도성으로 가서 궁문에 대자보를 붙였다.
“용이 하늘에 오르고자 하니, 다섯 마리의 뱀이 보좌했다. 용이 구름 위에 오른 뒤 네 마리의 뱀은 각기 처소를 마련했는데, 한 마리 뱀은 홀로 원망하여 마침내 그 처소를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문공이 글을 보고, 비로소 개자추를 찾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을 보내어 찾게 했지만 아무리 수색하여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문공은 개자추의 강직함을 인정하며 그가 들어간 산 일대의 땅을 모두 개자추의 봉토로 지정하고 산 이름을 介山(개산)이라 했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혼란스럽다. 아직은 의혹이긴 하나 그 행태가 상스러워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윤석열, 박지원, 조성은을 둘러싸고 있는 여론이 정계를 넘어 국민의 근심까지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9단인 박지원 국정원장이 어쩌면 이런 일에 연루 됐는지 안타깝다. 그도 본디 박근혜 정부시절 재임한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들의 사례를 알아도 잘 알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그리 되는 판에 지금 하는 행동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워 보인다. 정치란 스치기만 해도 티가 나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의 판이다. 그런데 박 원장의 이번 연루는 그동안 알아왔던 그의 프로정신에 먹칠을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정치공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부디 의혹을 풀고 개자추의 길을 가길 바란다. 그동안 정치판에서의 경험이 있어왔듯이 지금은 공직자로써의 길을 이탈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 것 같다. 과거 정치에 휘둘렸다고 비판하며 국정원 개혁을 외쳤던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본다면 이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국정원장 답게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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