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게이트 ‘몸통’ 규명 의지 안 보인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22일 만에 성남시청 압수수색… 시장실은 제외
시청 직원들 “오래 기다린 압수수색” 비아냥도
김오수 총장 성남 고문변호사 들통 ‘특검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18 00:02:02

검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당초 우려했던 부실 수사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사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한 성남시의 도시균형발전과·도시계획과 등 7개 부서 사무실을 15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수사 착수 22일 만에 뒷북을 친 것이다. 시청 직원들 사이에선 “오래 기다린 압수수색”이라는 웃지 못 할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데 성남시장 집무실과 부속실은 제외됐다.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인 시장의 집무실 컴퓨터 등을 확인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인데, 핵심은 빼놓고 하급 공무원들의 사무실만 뒤졌다. 수사 순서가 거꾸로 뒤집혔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러니 법원이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수사팀이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63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의 공범이라고 했으니 사업을 총괄한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마친 뒤 배임의 공범이라는 증거를 먼저 확보했어야 했다.

수사의 기본조차 의심받는 검찰 행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당초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김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겸 사장직무대행에게 수표 4억원, 현금 1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는데 14일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현금 5억원으로 정정했다. 수표추적 등 자금 출처 조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방증이다.

수사 의지 미약은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은 4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 원이 인출되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금융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고도 조사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경찰이 5개월 동안 수사를 뭉개고 있었던 셈이다.

사법당국은 끝까지 파헤쳐 누구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실체 규명에 대한 당위론에 비춰 현실은 이처럼 회의적이다. 검찰이 과연 ‘대장동 게이트’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수사 지휘 라인을 보면 대부분 친 정권 성향이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로 이번 정권 들어 승승장구한 대표적 친여 인사다. 또 경제범죄형사부를 지휘하는 김태훈 4차장은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일할 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실무를 담당했다. 수사를 담당하는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이 지검장 측근으로 꼽힌다.

여기엔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기에 성남시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정수 지검장이 국정감사에서 “녹취록의 ‘그 분’이라는 표현이 정치인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가 “단언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것도 수사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친정권 성향의 검찰 수사팀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이 믿기 어렵게 됐다.

결국 특별검사 도입만이 해법이다. 여권은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특검론이 고개를 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자 당내 소신파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은 “아무리 경찰, 검찰이 한다고 해도 종국적으로 특검을 안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여권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보한 특검만이 대선 정국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적 의혹 사건인 대장동 게이트 ‘몸통’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할 수 있음을 인식하길 촉구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