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도 돈잔치, 임준택 회장의 방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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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19 00:02:40

‘더(The) 강한 수협! 더(More) 돈 되는 수산!’을 내걸고 제25대 수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임준택 회장의 방만경영 행태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수협에 투입된 조 단위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임기 내에 완전 해소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그가 취임한 이후부터 공적자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수협이 갚은 공적자금은 2547억원이다. 당초 해당 기간 동안의 상환계획엔 1588억원을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계획보다 1000억원 가량 웃도는 금액을 갚아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임 회장 취임 직후인 2019년부터 수협은 상환계획에 전혀 못미치는 금액만 상황했다. 2019년 818억원을 갚기로 계획했지만 501억원만 상환했고, 2020년엔 836억원을 갚겠다고 했지만 350억원을 상환하는 데 그쳤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공적자금 상환계획 및 남은 공적자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협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1조1581억원 중 3398억원을 상환했다. 오는 2028년까지 나머지 8183억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수협은 공적인 성격이 짙은 탓에 과거 IMF 부도 위기에 몰렸을 당시 정부로부터 1조1591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사실상 국민의 혈세 덕분에 가까스로 회생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상환해야할 수협이지만 억대 연봉자가 매년 증가하는 등 돈잔치 벌이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122명이었던 수협의 억대 연봉자는 2020년 23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협은행도 같은 기간 억대 연봉자가 183명에서 478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임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금만 8억원이 넘는 등 연평균 7억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수협 내부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해이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중앙회뿐 아니라 조합 단위에서도 부적정한 자금 집행과 관리 부실 등의 규정 위반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해수부가 공개한 2020년 수협중앙회 정기종합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수협의 적나라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엿볼 수 있다.

수협중앙회 규정에선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된 범죄행위로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았거나 감독기관으로부터 징계면직 상당의 통보를 받으면 퇴직금의 절반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 중인 임원에 대해 별도의 검토없이 퇴직금을 전액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퇴임공로금을 지급하는 산정 방식도 방만하게 이뤄지긴 마찬가지다. 1년을 1일만 초과해도 6개월치의 퇴임공로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있다.

전무 이상 임원급에게 전용차량을 지급해 운영하고 있는데, 임원의 결정에 따라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유류비를 지원받으면서도 미리 구매한 주유 상품권으로도 사전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전용차량 차량운행일지에 기록된 연간 주행거리와 차량공인연비를 통해 금액을 비교해 보니 5대 차량에서 무려 2000만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돈을 물쓰듯 쓰는 것도 모자라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 경영평가 체계도 어이가 없을 정도다. 경영평가 결과는 자회사 소속 직원들의 급여와 인사, 포상 및 인센티브 지급률이 반영된다. 그런데 수협은 정성평가에 대한 평가자를 명화기 규정하고 있지 않아 자회사전략1팀장이 단독으로 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객관성과 공정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수협의 회원조합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수차례 적발됐다. 경주시수협에선 조합장이 선거에서 탈락하자 이사들이 모여 정관까지 변경하면서까지 퇴임공로금을 인상해줬다. 뒤이어 취임한 조합장도 이 과정에서 의장직을 수행하고 퇴임공로금 지급률을 기존 2배에서 8배로 인상하는 데 힘을 보탰다. 정관에서 정한 절차를 고의로 위반해 이사회를 개최했고, 이사회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직원이 고객 예탁금 등 약 12억원을 횡령해 구속된 사건에서도 수협은 피해자보단 피의자인 횡령직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실확인서를 발급해주기도 했다. 2억원에 불가한 손실보상 담보물(양식장)을 7억~8억원에 달할 거라는 예상 손실보상액을 어떠한 검토절차도 없이 조합장 직인을 날인해 발급해줬다. 이쯤되니 수협이 정말 수산업 경쟁력 강화와 어업인의 권익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인지 수협 임직원의 보신을 위한 곳인지 의문스럽다.

1990년 이후 약 30년 간 역대 수협중앙회장들은 이종구 전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비리 논란에 휩싸여 불명예 퇴진하기 일쑤였다. 임 회장도 불법 선거행위가 적발돼 9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피하면서 회장직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출발선부터 비리로 얼룩진 회장이 수장으로 선임된 수협에 투명·윤리경영을 기대하긴 무리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수협의 자기반성과 임 회장을 대체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시급해 보인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