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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포밍(Terraforming)’이란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을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즉 ‘한반도 테라포밍’이란 지금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022년 3월 대선을 얼마 안 앞둔 시점에서 대권 도전 후보자들과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위한 진심어린 건의와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수년 전 우연히 발견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시청한 영화 한편이 있다. 2009년에 발표된 ‘거짓말의 발명(The Invention of Lying)’이라는 제목의 영화다. 이 영화는 매우 독특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마크 벨리슨’은 ‘인류가 거짓말을 하는 법을 터득하지 않은 사회’에 사는 사람이며 영화는 궁핍한 처지에 놓인 주인공 벨리슨이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은행 창구 방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당초 그의 은행 잔고는 300달러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잠시 은행 전산망이 마비되자 그는 그 찰나의 순간 삶의 궁지에 몰린 자신을 뒤돌아보며 부지불식간에 그만 은행원에게 자신의 잔고는 원래 800달러였다며 거짓말을 하고 800달러를 인출해 달라고 한다.
그의 삶에 있어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당초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라 은행원은 아무 의심도 없이 전산망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며 순순히 그에게 800달러를 내준다. 그는 ‘인류 최초의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하기 시작한다. 온 인류가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니 그의 거짓말은 곧 진실이 되고 그가 하는 사업은 번창했으며 사랑하는 연인도 만나기도 한다.
그는 임종을 앞둔 어머니에게 ‘죽어서 가는 그곳에 가면 행복만이 가득하다’며 마치 가본 것처럼 상세히 설명을 한다. 어머니는 그의 말을 들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숨을 거둔다. 이러한 사실이 전파되면서 그는 대중에게는 천국에 다녀온 사람으로 대우받게 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많은 존경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거짓말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물론 현실에서의 거짓말은 그 반대의 결과를 야기한다.
에피메니데스의 패러독스(paradox)
거짓말이란 말의 시작에 대하여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원전 7세기의 철학자 ‘에피메니데스’는 어느 날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추론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하면 당연히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가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에피메니데스’가 바로 ‘크레타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피메니데스는 역시 거짓말쟁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거짓말쟁이의 말은 그 자체가 거짓말이므로 에피메니데스가 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된다. 결국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거짓말이므로 그가 주장했던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란 말 역시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에피메니데스의 패러독스(paradox, 逆說)’이다.
정작 우리는 크레타인도 아니고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대로 거짓이 사실이 될 수도 있다. 과연 마크 벨리슨의 거짓말, 에피메니토스의 거짓말 중 어느 것이 거짓이고 진실인가? 그러나 그 끝이 없는 진실의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안에 헤맬 필요는 없다.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와 의사 윤리
최근 정신과 의사인 야권 대선 후보의 부인의 말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며 당초 그녀도 계획적으로 말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그저 사회자의 이야기를 받아 대답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나온 말에 불과한데도 여권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팬덤(Fandom)과 같은 추종자들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집중 공격하기에 이르게 된다.
사실 그녀의 말이 악의적 목적의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상식을 가진 대중들의 일반적 통념과도 일치된다. 그녀의 말은 ‘거짓말인가? 아니면 사실인가?’ 그리고 의사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과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근거를 두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기원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사다. 히포크라테스를 추종하는 제자들은 자신들은 의술의 신(神)인 ‘아스클레피오스’의 후예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종합된 ‘히포크라테스 총서’는 의사들의 정신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정착되었으며 지금은 일반인들조차 잘 알고 있는 ‘히포크라네스 선서’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제 2조 ‘나의 은사에게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에서 볼 수 있듯이 ‘아스클레피오스 학파’를 이끄는 사람들은 의술을 배우기 위해 들어오는 다른 계파의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받고 그들로 부터 충성심을 강요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이라는 것이라는 설(說)이 유력하다.
총 11조의 선서문 중 특히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제 2조와 더불어 제 5조 ‘나는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 그리고 제 7조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등이다. 제 2조와 7조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타 집단이 아스클레피오스 학파에 들어왔을 때 그들의 충성을 강요하는 조건임에 따라 대단히 폐쇄성을 나타내는 문구이며 5조의 경우 본인이 진료한 환자에 대한 비밀 엄수를 약속하는 조항이다. 이것은 오랜 기간 의사들의 직업윤리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현대 의료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초창기 내용이 아닌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22차 세계의사협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에서 개정된 ‘제네바 선언(Declaration of Geneva)’이다. 기록에 따르면 제네바 선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비윤리적 생체 실험과 같은 범죄행위가 개정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68년 ‘시드니 총회’에서는 제 5항인 ‘환자의 사후에도 비밀을 지킬 의무’를 추가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사윤리강령도 5조에서 ‘직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과 개인정보를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강령의 경우 ‘공익의 목적으로 자신의 전문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추정을 사실인 것처럼 제공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사윤리강령 위반 주장의 패러독스
이번 야당 대선 후보 부인을 대상으로 하는 좌파정치그룹이 도발 행태는 그들의 전형적인 행태 즉, 1948년 해방 직후부터 6.25전쟁 기간 중 빈번했던 ‘인민재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명백한 팩트(Fact)는 당초 본인이 진료한 환자도 아니고 환자가 알려 준 정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당초 히포크라데스 선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건강을 국가와 국민 전반에 걸친 중요한 일이라는 점에서 다른 모든 이유를 떠나 공익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도 상당하다.
정작 좌파정치그룹의 주장처럼 거짓말이 아닌 의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일반론적 차원에서 무심코 나왔을 그녀의 말이 ‘그들의 주장에 의해 사실이 되어버리는 패러독스’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우리 국민이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일이 있다.
당초 대통령이라는 ‘선출직 공무원’은 대한민국을 5년간 대표하며 국정을 운영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지닌다. 그러하기에 대통령의 건강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5년간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국정 혼란은 물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통령 선거를 또 다시 해야 한다. 또한 그 건강은 단순히 신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스탈린, 히틀러, 차우셰스쿠, 후세인, 카다피, 김일성 등 역사상 수많은 폭군과 독재자를 봐왔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의 몫이었다. 대선 후보로 결정된 인물에 대한 정신적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섬겨야 할 대상인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다. 그것이 올바른 민주주의이다.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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