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구순 삶 마감한 전두환 ‘평가는 역사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창씨개명 거부·육사 11기·두 번의 미국 유학
5.16 동조·김신조 일당 소탕·월남전 참전도
5.18 논쟁 현재진행형… 국민통합 계기되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24 00:02:02

한 시대가 마감됐다. 군인 출신으로 쿠데타와 간선제로 당선된 마지막 대통령, 임기를 마친 최초의 대통령, 전직 대통령으로 지낸 세월이 33년9개월로 가장 긴 대통령 등 다양한 기록을 가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제 서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28일만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 6주기 바로 다음날이다. 공교롭게 33년 전 강원도 인제 백담사로 자의 반 타의 반 유배를 떠난 날이기도 하다.

졸수(卒壽) 혹은 동리(凍梨)로도 불리는 구순까지 산 그의 삶은 영욕의 날들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직도 진실 논쟁 중인 5·18에 가려 그의 삶에 대해서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전 전 대통령은 일제 때인 1931년 태어났지만 창씨개명을 거부했다. 6·25 전쟁 와중인 1951년 사실상 정규 육군사관학교 1기에 해당하는 11기로 입학했다. 20대에 미국으로 두 번의 군사유학을 떠나 특수전학교와 심리전학교, 유격훈련 교관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1961년 서울대 ROTC 교관으로 근무 중 5·16이 발생하자 육사 생도들을 모아 혁명지지 시가행진을 주도, 박정희의 눈에 띄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비서관이 되었다. 수도경비사령부 30대대장으로 청와대 경비를 담당하던 1969년엔 그의 제안으로 설치한 박격포가 위력을 발휘해 북한 김신조 일당 소탕과 생포에 공을 세웠다. 1970년 백마부대 29연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1979년 부마항쟁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발생 시 국군보안사령관 겸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 자격으로 10·26사건 수사를 맡으며 그의 인생도 파란을 겪는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연행하며 군을 장악,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3김(김영삼·김종필·김대중) 가택 연금 또는 구속, 대학 휴교령, 5·18 광주소요를 무력 진압하며 헌정을 중단시켰다. 이후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해 11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개헌을 통해 1년 후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8년간은 민주주의 암흑기였다. 폭압적 독재로 집회결사의 자유는 물론 언론자유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 반동으로 대학가 학생운동권이 북한에 경도되는 계기가 됐다. 반면 학원 과외와 연좌제를 폐지하고 야간통행금지와 심야영업금지령을 해제했으며 컬러TV를 보급하고 프로야구를 선보였다. 1983년엔 북한이 그를 테러하기 위해 미얀마 아웅산 묘소 사건을 일으켜 수행원 17명이 사망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유치했고 북한의 금강산댐에 맞서 평화의댐을 건설했다. 박정희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던 핵개발을 접었다. 1987년 대통령 간선제를 유지하겠다는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으나 6월 항쟁으로 민심이 들끓자 후계자 노태우를 통해 6·29선언을 받아들여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했다. 그의 단임제 약속과 퇴임은 아무도 안 믿었으나 “한 명의 장기 독재는 무리”라며 깔끔하게 물러났다.

1996년 김영삼정부 때 기소돼 반란수괴·상관살해·내란수괴·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사형 구형 후 그는 “‘역사바로세우기’라는 구호 아래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심판하고 있으나 현실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역사를 자의로 정리하고 재단할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1997년 특별사면 돼 석방됐으나 서거 당일까지 5·18 관련 재판에 회부돼 고초를 당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고 유언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