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능력도 실적도 없는 공수처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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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력 논란 이어 편향·공정성 잡음까지
윤석열 후보 겨냥 4건… ‘尹수처’ 비아냥
‘정권 친위대’ 행태 지속 시 존재 이유 없어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29 00:02:0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그치지 않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척결을 목표로 1월 21일 출범한 공수처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아직 첫돌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너무 실망스러워 폐지해야 한다”는 거친 쓴소리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공수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18년 만에 진보 진영의 염원으로 출발했다. 야당의 극심한 반발 속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만큼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할 지렛대가 되리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출범 300일 만에 오히려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수처는 양과 질 모두에서 ‘낙제점’ 평가를 받는다. 우선 수사 실적이 크게 저조하다. 이달 19일 기준 공수처에 고소·고발, 진정, 이첩에 따라 접수된 사건은 총 2579건이지만 처리된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공수처가 유일하게 마무리 지은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 채용 의혹이다.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도 없고 감사원에서 이미 사실관계 파악이 끝난 사건을 상징성 있는 ‘1호 사건’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쉬운 사건부터’라는 속셈이 작용한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현실이 이와 같은데 공수처는 내년에 45건을 직접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조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목표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 대법원장 및 장관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할 때는 40~100명가량의 인원이 동원되는데 공수처는 조직 규모상 사건 하나도 제대로 담당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문제는 건수가 아니라 얼마나 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느냐가 공수처 출범 취지이기에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기관이라고 하기엔 어처구니없는 빈틈을 적잖게 보였다. 예컨대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26일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했다. 5월 수사에 착수한 뒤 6개월 만의 첫 강제수사다. 한데 압수수색이 이례적으로 집행 전부터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공수처와 수원지검 수사팀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수사 대상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에 참여할 것을 통지받았다며 “기본도 모르는 수사” “표적·보복 수사”라고 분개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 수색했지만 빈손으로 철수했다. 핵심 인물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공수처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의도된 듯한 여권의 ‘빨리빨리 강제 수사하라’ 주문에 소환 조사 없이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전례 없는 시도를 한 결과 영장 기각을 자초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사력 논란에 이어 공정성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 중인 11건의 사건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한 사건만 4건이나 된다. 야권에서 ‘윤(尹)수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윤 황제 조사’ ‘공수처 차장과 여당 의원 접촉’ 등 시빗거리를 던져주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공수처에 대한 불신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높다. 고발 사주는 수사하면서 제보 사주와 같은 현 정권을 둘러싼 수사에는 적극적이지 않고 되레 여권 관계자들과 만나는 등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들의 수사 경력이 짧은 데다 인원도 적어 지금은 시행착오 기간이라고 해도, ‘정권 친위대’ 같은 수사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출범 취지에 비춰 존재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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