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승객목숨 뒷전, 김이배號 제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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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제주항공 안전불감증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30 00:02:50

제주항공의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항공기 접촉사고로 날개 끝이 손상됐음을 알고도 운항하다 적발돼 6개월 만에 국토부로부터 7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유독 제주항공에서 안전과 보안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김이배 대표는 관리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줄곧 비용 절감 등 자구노력을 강조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승객들의 목숨을 담보로 무리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항공 항공기는 제주공항에서 지상을 이동 중이던 에어서울 항공기와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제주항공 항공기의 날개 끝 일부가 손상됐고, 에어서울 항공기는 후방 오른쪽 수평 꼬리날개가 휘어졌다. 항공기의 경우 경미한 손상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운항을 중단하고 수리하는 등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에어서울은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항공기 손상을 인지한 즉시 운항중단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비행 전후 점검 과정에서 항공기 손상을 인지하고도 1~2차례 더 비행했던 것으로 드러나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항공기 사고는 한 번 발생하게 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안전관리에 있어 빈틈이 없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예방이 필수라는 얘기다.

제주항공의 이러한 안전불감증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 위반으로 행정처분 받은 횟수는 올해만 벌써 3번째다. 2월에는 후방동체가 손상된 상태인데도 운항하다 적발됐고, 3월에도 항공기 날개 끝 부분이 손상된 상태로 운항하다 적발됐다. 항공안전법 위반 2건으로 낸 과징금만 9억원에 육박한다.

제주항공이 매번 운항규정 및 정비규정을 위반할 때마다 내놓는 대책은 대동소이하다. 재발방지를 위한 모의비행장치를 통해 훈련을 강화하고 주의사항과 외부점검 절차를 재강조하겠다는 설명이다. 말뿐인 재발방지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국토부 안전규정을 위반해 항공사가 납부한 과징금 중 제주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한다. 약 22억6000만원 상당이다. 위험물 운송규정과 관제지시 위반, 부적절한 항공기 장비 조작, 자동항법장치고장 관련 운항규정 미준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의 결과다.

승객안전과 직결된 항공안전법을 위반해놓고도 지난 3월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이미 실시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경영 상황을 감안해 과징금을 깎아달라는 게 요지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인데 반성보단 당장의 손해를 피하기 급급한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그간 여러 항공사 중에서 제주항공이 유독 안전규정 위반 사례가 잦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임직원 개개인의 부주의와 무책임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제주항공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이배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다수 기업에선 안전경영을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고 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회사를 이끄는 수장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을 챙기기 위해 기업은 상당한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노후화된 설비와 환경을 개선하고 전사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 안전경영은 결국 CEO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실천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제주항공에선 재발방지책으로 직원에 대한 훈련과 점검절차를 재강조하겠다는데 그친다. 근본적인 안전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김 대표가 제주항공에 온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진정성있는 안전경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24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5년 만에 적자 전환한 이후 줄곧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객수요가 감소하면서 항공사들은 실적 직격타를 피할 수 없었다. 안전을 위해선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김 대표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제주항공에 취임한 이후 줄곧 비용 절감 등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모든 업무와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회복 탄력성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경영이 뒷전이 됐다는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결국 제주항공 안전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김 대표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한 비용절감은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고 간과해선 안된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