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예산’ 다 잡아먹은 서울시의회의 ‘몽니’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설

스카이데일리 사설

안심소득 등 吳시장 핵심공약 예산 ‘전액 삭감’
시민단체·TBS 출연금 등 ‘박원순 예산’은 부활
정당 초월한 합리적 정책엔 ‘협치 정신’ 보여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2-03 00:02:02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함께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 예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은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일부 지방의원들이 부도덕한 모습을 적잖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게 한다.

그 현실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TBS(교통방송) 출연금 증액에 이어 이번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공약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안심소득과 서울형 헬스케어(온서울 건강온), 서울런사업 등의 예산이 모두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안심소득 시범사업 74억원과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예산 60억8000만원을 포함해 약 326억원을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이영실 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안심소득은 서울시민 980만명 중 500가구에게 로또식 당첨금을 주는 것이며 스마트밴드는 지난해 재고품 처리 용도로 활용됐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며 안심소득, 서울형 헬스케어 등은 시급하지 않고 사업 타당성이 의심되며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예산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이해 부족이거나 선입견에 의한 잘못된 시각이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대비 가구소득의 부족한 액수의 절반을 시가 3년간 매월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범사업 대상 가구는 중위소득 85%, 재산 3억2600만원 이하를 동시에 충족하는 800가구(1단계 500가구·2단계 300가구)로서 다른 시·도에서도 벤치마킹해야 할 도시형 복지정책이다. 안심소득은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완료’ 통보까지 받았다. 서울형 헬스 케어는 서울시가 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스마트밴드를 무상 대여해주고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난달 진행된 1·2차 참가자 모집에서는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될 정도로 생활밀착형 정책인데 의회가 외면한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의원 110석 중 민주당이 99석인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에 대해 설득력 없는 ‘몽니’로 일관하고 있다. 오 시장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대폭 삭감한 내년 시민단체 민간위탁 관련 예산을 대부분 되살리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이 추진하는 신규 사업 예산은 대부분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의회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와 비영리법인(NPO) 지원센터, 서울혁신파크 등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조성한 곳에 주던 예산을 잇따라 예년 수준으로 되살렸다. 시의회는 편파방송으로 지탄받고 있는 TBS 출연금을 오 시장이 123억원 삭감하자 오히려 올해(375억원)보다 13억원 더 늘린 388억원으로 책정했다. 오 시장과 시의회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예산 전쟁’은 지난달 1일 오 시장이 총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관행적이고 낭비가 컸던 지출을 과감히 구조 조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시절 추진돼 특정 시민단체 등 민간에 맡겼던 사업 상당수가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 투명하고 합리적 예산 집행 계획에 시민들의 호웅이 크다.

김인호 의장을 비롯한 서울시의원들은 지난 봄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불공정과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시한부 시장’ 운운하지 말고 시민과 수도 서울을 위해 정당을 초월해 오 시장과 ‘협치’의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