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라는 비좁은 곳에서 개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지나치게 한정적이에요.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집 안에 구비하기 위해선 만만찮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요. 결국 개인들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집 밖으로 내놓거나, 집 밖에서 찾기 시작했어요. 도시라는 공간에서 공유경제가 활성화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죠.”
공유경제란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함께 사용함으로써 물건을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꾸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공유경제를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공유경제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씨즈’는 사회적기업의 혁신 모델을 만들고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키우는 비영리단체다. ‘씨즈(SEED:S)’란 이름엔 사회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작은 씨앗이 돼 보자는 비전이 담겼다.
어느 겨울날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서울혁신파크는 분주했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창문 사이로 새어나오던 불빛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고 사람들의 말소리는 점차 멀어져갔다. 그런 가운데 분주한 공간은 있었다. 어두운 복도를 비추던 불빛 그 속에서 신효근 씨즈 팀장을 만났다.
“공유경제는 협력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해줘요. 생성된 자원이 한 번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경우가 적어질 테니 절대적인 배출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죠.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얘기에요. 저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공유경제와 지속가능성을 문화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고민했고, 그 고민들이 남긴 상상을 공유센터에서 실험하고 사회에 제안할 수 있었죠.”
“은평공유센터는 하나의 실험…협력적 소비 가치를 전파시켜”
신 팀장은 늦은 시간에도 전화와 씨름 중이었다. 씨즈에서 신 팀장이 맡은 역할은 사회적기업 육성과 지원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필요한 단체나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것 등이 해당된다. 지역 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업무에 낮과 밤은 구분되지 않았다.
“씨즈에 합류하기 전부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구과 활동을 진행했었죠. 그러던 중 씨즈 이사장님으로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지역순환경제 관련 연구사업에 돌입하게 됐죠. 그러다 순환경제라는 부분과 기업 육성 사업의 연결고리를 타게 됐고, 지금의 업무를 수행하게 됐어요.”
신 팀장은 올해 씨즈에 합류하게 됐으며 그 이전에는 5년동안 은평공유센터란 곳에서 센터장으로 있었다고 한다. 지난 1월에 구청이 공유센터 위탁을 종료하게 되면서 그는 씨즈로 넘어와 활동하고 있다.
은평공유센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그리고 전국에서 유일했던 공유전용센터였다. 공구부터 캠핑용품까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을 취급했고, 이 물품들을 빌려주는 형태로 지역사회와 공유했던 곳이다. 일종의 거점을 두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공유라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 건 은평공유센터가 전국 최초였다고 신 팀장은 설명했다.
“은평공유센터는 존재부터가 일종의 실험이었던 곳이죠. 시작할 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전국 최초라는 의미는 선례가 없다는 걸 뜻해요. 선례가 없다보니 승인조차 받기 어려웠죠. ‘그래서 이걸 누가, 어떻게 했었는데’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해외 사례를 공부하고, 이를 소개하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어요.”
“은평공유센터는 공동의 자원을 지역사회가 협력적으로 소비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단순히 물건을 빌려주고 받는 게 아닌, 함께 자원을 소비하면서 우리 사회의 절대적인 배출량을 줄이자는 거였죠. 그래서 물건을 빌려주고 회수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고, 센터가 목표로 했던 가치를 강조하면서 물건을 깨끗하게 사용해달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하기도 했죠. 물론 센터 자체적으로도 물품을 철저하게 관리했고요.”
“공공물품의 내구연한은 보통 5년 정도에요. 그런데 은평공유센터가 취급했던 물품 중엔 5년이 지난 후에도 새것과 같은 가치가 유지됐던 것도 많았어요. 5년간 물건이 고장난 경우도 30건이 안됐고요. 공유센터가 고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추구했던 협력적 소비의 가치를 고객에게 경험시키고 널리 전파시킨 결과라고 생각해요.”
“지속가능성 위한 작은 발걸음이 누군가의 울림이 되기를”
은평공유센터가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며, 전국 곳곳에 또 다른 공유센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은평공유센터의 성공은 타 지역 공유센터가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근거’로 자리했고, 신 팀장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는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은평공유센터는 직접 벌어들인 수익으로 운영이 가능했어요. 물건을 빌려주며 지급받는 대여료 등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죠. 여타 공공 혹은 준 공공기관과 달리 지자체 예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았어요. 직접 수익을 내며 5년간 사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대단한 성과라고 자부해요.”
“뿐만 아니라 은평공유센터의 성공은 타 지역 공유센터 설립의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은평공유센터가 뗀 첫 걸음이 타 공유센터에게 일종의 ‘선례’로 작용했기 때문이죠. 비록 은평공유센터는 더 이상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지만, 은평공유센터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싶었던 가치가 타 지역 공유센터를 통해 유지·전파된다는 점은 다행스런 부분이죠.”
신 팀장은 씨즈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유경제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사회 혁신 분야 강의를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강의에만 전념한다면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신 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지역 내 각종 노동활동에도 틈틈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노동의 가치와 소중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지속가능성 등과 관련해 고민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강의료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어요. 정말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거나, 제가 강의를 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면 의뢰했던 내용 외에도 추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죠. 반대로 제가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아무리 많은 보수를 약속하더라도 의뢰를 거절하고 있고요.”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강의에만 집중했다면 수익적인 부분에서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노동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면 사회의 정의를 이야기하거나 지속가능성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말엔 지인들의 일터 등을 찾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두루 일하고 있죠. 지금까지만 해도 공사 현장, 정육점, 단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어요.”
인터뷰는 늦은 저녁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늦은 시간에도 신 팀장을 찾는 사람은 많았다. 그는 또 다른 약속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려 해요. 지속가능성이라는 분야에서 제 행동들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면서 일종의 자극을 줬으면 하니까요. 아울러 제 크고 작은 발걸음들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는 울림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또 다른 사람들과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협업을 하면서 긍정적 가치를 전파하고 싶고, 서로의 지지대가 돼서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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