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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화의 특성
혁신의 속도가 느린 19세기까지는 노동만이 가치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인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지식이 가치의 원천이 되면서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21세기에 이런 주장은 설자리가 없다. 국가 운용 시스템 측면으로 환산하자면,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는 노동가치설과 착취설, 계급투쟁이론에 기반 한 착취적(extractive) 정치경제 제도의 국가도 유지될 수 있었지만, 21세기에는 지식재화의 생산과 활용에 유리한 포용적(inclusive) 정치경제 제도를 가진 나라들만이 번영할 것이다.
지식경제시대 각국의 발전 전략은 가치생산을 혁신하는 소재인 지식재화의 생산, 유통, 관리에 달려있다. 지식재화의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 재화가 기존의 일반 재화와 다른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은 그 소비 측면에서 비경합성(non-rivalry)을 갖는 재화이다. 샌드위치나 신발과는 정반대로 지식은 아무리 사용해도 손상되지 않는다.... 누군가 그것을 추가 사용할 때마다 사본을 추가로 생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추가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계비용 곡선이 원점에서 볼록한 형태를 띠지 않으며, 사용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한계비용이 무한히 감소하는 극단적인 형태가 나타난다.” (도미니크 포레이, <지식경제학> 제1장)
지식재화를 생산하기는 어렵지만, 그 지식재화는 한번 공개되면 무한 재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순수공공재(pure public goods)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어렵게 생산한 재화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결국에는 지식재화의 생산 자체가 둔화될 것이다. 지식재화의 생산자에게 유통과 관리에 대한 통제수단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지식재산권 문제가 국제무역의 핵심 쟁점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21세기 나라의 번영은 지식재화를 얼마나 잘 생산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각국은 지식재화의 생산, 유통, 관리의 각 단계마다 보호벽을 설치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한 나라의 범위를 넘어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 진영의 약탈에 대비하는 공화주의 국가 진영의 핵심적 안보 문제가 되었다.
새로운 핵심 안보 문제를 정책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 전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가 일본의 경제안보담당 상(相), 즉 경제안보담당 장관직의 신설과 목적을 소개하면서 제시한 과제가 눈길을 끈다. 공화주의 국가 진영이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다음 네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① 산업에 필수적인 물자의 공급이 중단되지 않게 하는 일 ② 사이버 절도와 해킹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일 ③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신중한 심사 ④ 수출 통제 체제의 개선 대책 등이 그것이다.
첫째, 전체주의 중국 등이 공화주의 국가의 산업에 필수적인 재화의 공급망을 독점하여 시장경제 규범을 무시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대비하기, 둘째, 전체주의 중국이나 북한 등이 군대나 공산당 산하기관 해커를 동원하여 공화주의 국가들이 어렵게 생산한 지식과 기술을 빼 갈 수 없도록 대비하기, 셋째, 중국 등 전체주의 권력이 조성한 유사 민간자본이 투자를 빌미로 공화주의 기업이나 대학 등으로부터 강제적 기술이전 등을 할 수 없도록 투자자 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 대비하기, 넷째, 전체주의 진영으로 군사 및 경제안보에 핵심적인 지식과 기술의 유출을 막는 공화주의 국가들의 수출통제 체제 연대 구축하기, 등과 같은 대책을 공화주의 각국이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을 홀려,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를 공화주의 진영이 생산한 지식재화의 유출통로로 삼으려는 주사파나 숭중(崇中) 세력들의 음모를 전면적으로 분쇄하는 대책들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부문은 공화주의 동맹국들과 협업하여 얻은 지식재화를 전체주의 중국이나 북한 등으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지식재화의 유출통로가 될 경우 앞으로 우리는 선진 지식재화를 얻을 수 없을 것이고, 지식경제에서 뒤쳐져 향후 국민경제는 급속히 쇠퇴할 것이다.
홍석현의 국민 교란용 연설
얼마 전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의 공동행사에서 국제적 변화의 흐름을 외면한 채 구시대적 발상으로 국민들을 혼란케 하는 연설을 했다.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중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다른 중견 국가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모두와 친구 하기,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기(friend to all, enemy to none)’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국익 우선주의와 전략적 유연성의 원칙을 지키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그러기에 내부 통합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개방국가, 통상국가, 세계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다자주의를 통해 강대국의 경쟁을 완충시킬 수 있습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중앙일보, 2021.12.14.)
언뜻 듣기에는 그럴싸한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공화주의 세계의 변화 흐름에 역행하고, 낡은 이데올로기에 기반하여 국민들의 공론을 어지럽히는 요설에 불과하다. 그가 이런 국민 교란용 말을 하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공산당의 직접적 침략을 겪지 않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처럼 ‘모두’와 친구할 수 없다. 공화주의 나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고 중국은 북한 김일성 일당과 공모하여 6.25남침을 자행한 잘못에 대해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또 우리나라처럼 공화주의로 성공한 나라에서 종북(從北) 숭중하는 반역 세력들이 판치는 ‘중견국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전체주의 중국은 공산당 휘하의 집산주의 자본을 민간자본으로 분식하여 세계시장에 참여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히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하에, 시장경제의 주체가 아닌데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수 있게 묵인한, 과거 미국 지도부의 판단착오가 있었다. 세계시장에 진입한 이후 중국은 공산당 산하 해커집단을 양성하여 지식과 기술을 훔치거나, 민간투자를 빌미로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등 더 대담하게 시장경제의 규범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활동을 강화했다. 마침내 전 세계 공화주의 국가들은 중국의 지식재화 약탈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결의를 굳히고 있다.
미국 등 지식경제 선진국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공화주의 나라들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 한다. 중국의 지식재화 약탈에 취약한 ‘다자주의’체제 대신 공화주의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홍석현은 바로 이런 변화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중국과 인건비 경쟁을 해서는 이길 수 없다. 국민들이 현재 누리는 임금과 소득 수준의 감소를 견딜 수 없다면, 지식 중심의 가치생산 경제로 재편할 수밖에 없다. 지식경제 선진국들로부터 지식재화를 얻으려면 그들의 믿음을 얻어야 하는데, 최소한 전체주의 중국 등으로 지식재화의 유출을 막아낼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기업이든, 대학 등 연구기관이든, 정부부문이든 국제환경 변화를 알고 애국심을 갖고 대응해야 이룰 수 있는 과제다.
중국은 대한민국이 계속 지식 선진국들로부터 직접 얻기 어려운 지식재화의 유출통로가 되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연구기관, 정부부문 등이 중국으로 지식재화 유출의 통로가 되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선진 지식재화를 얻을 수 없고 그러면 나라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
21세기는 공화주의 정신과 지식으로 번영할 것
21세기는 지식경제 시대다. 지식재화는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을 통한 보상이 가능한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가진 나라들에서 주로 생산될 것이다. 이런 재화를 직접 생산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국가들은 공화주의 진영으로부터 지식재화를 빼돌리기 위해 산업스파이나, 매수, 정치개입, 해킹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 공화주의 정신을 확고히 정립하고 공동대응 해야 이런 약탈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라의 핵심 지식재화는 그 나라 국민이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고한 공화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지식생산자로 길러낼 수 있게 국가와 국민을 대대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21세기 국가의 번영은 확고한 공화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지식재화를 잘 생산하고 활용하고 지키도록 국가와 국민을 얼마나 잘 개조하는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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