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엔 사찰 유전자(DNA)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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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간부 31명 전원 6개월치 통화 뒤져
국민의힘 관계자와 통화 기록 있는지 감찰
공수처는 310명 통화 査察… 탄핵감 아닌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11 22:53:02

감사원이 ‘내부 제보자 색출’을 이유로 감사원 사무총장 이하 고위간부 전원의 통화 기록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기는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작년 10월 국회에서 “퇴임하는 B감사위원 후임으로 청와대 A비서관이 간다는 제보가 있다”고 한 발언이다. 엿새 후 감사원 사무총장을 비롯한 1급 및 국장급 간부 31명 전원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내역 6개월 치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와 통화한 기록은 없는지 감찰관실이 일일이 확인했다. “청와대나 감사원장 지시 없이 벌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감사원은 “사무총장 지시”라고 밝혔다.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인 2017년 ‘사드 논란’이 있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외교부 간부 10명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2019년 5월 야당 의원이 비공개였던 한·미 정상회담 조율 대화를 언급하자 청와대 특감반이 외교부·교육부·기획재정부·해양경찰청·복지부 등 공무원들 핸드폰을 무단 압수하고 포렌식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인 사찰(査察)을 금지한다며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담당관을 폐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졌다. 청와대가 부인하는 가운데 김은경 환경부 전 장관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전화 사찰의 대표주자는 문 정부가 공들여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간단히만 봐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부 및 팬클럽 주부 3명,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기자 170여명, 국민의힘 의원 80%, 형사소송법학회 소속 학자 20여명, 오세훈 서울시장, 야권 성향 정치 평론가, 방역패스 집행정지 소송 맡은 변호사, 천안함·제2연평해전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돕는 시민단체 대표 등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5일 현재까지 공수처 통신 사찰 피해자는 310여명에 이른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이름을 ‘전통처(전 국민 통화내역 수사처)’로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수처가 뛰니, 검찰·경찰·국정원·관세청·법무부·법원·고용노동부·식약처 등 행정부처도 뛰어 들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뢰해 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7년부터 통신 3사가 통신자료를 제공한 건수를 취합한 결과, 매년 600만건 안팎의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최신인 지난해 상반기(2021년 1~6월)에는 약 256만건의 자료가 넘어갔다. 국민 10명 당 1명꼴로 통신자료가 제공된 셈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경찰도 많이 하는데 왜 공수처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나”고 항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에겐 사찰 유전자(DNA)가 없다”던 문 정부의 공수처 예산(요청액 180억원)을 200억원으로 늘려줬다.

감찰이 일상화되면서 공무원들의 청와대 눈치 보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권에 부담이 될 감사는 아예 안 한다. 지난달 17일 현 정권의 대표적 ‘탈(脫)원전 사업’ 중 하나인 새만금 수상(水上) 태양광 사업을 감사했을 때 ‘무면허 업체인 현대글로벌과 수의계약 했다’고 지적은 하면서도 특혜를 압박한 ‘윗선’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선 후보였던 2012년 당시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불거지자 “노무현정부 때였다면 탄핵 이야기가 열 번도 더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때 사찰 수준을 가볍게 넘고 있다. ‘유신 독재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이러라고 민주화운동, 촛불운동을 했단 말인가’란 댓글과 독자투고가 이어지고 있다. 운동권의 못된 버릇은 가치를 독점하고 강요하는 것이다. 자신들은 지키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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