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운임 담합한 23개 해운사에 과징금 962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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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HMM 등 국내 12곳·국외 11곳 선사 23곳 담합행위 제재
이메일·카카오톡 등으로 수시 의사연락…합의 미준수 시 자체 벌금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18 14:27:34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동남아 항로에서 해상운임을 담합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들은 담합한 사실이 위법적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공정위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한-동남아 수출·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12개 국적선사들과 11개 외국적선사 등 총 23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3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국적 12개선사는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SM상선 △HMM △장금상선 △천경해운 △팬오션 △흥아라인 △흥아해운 등이다.

외국적 11개선사 중 대만은 △CNC △에버그린 △완하이 △양밍, 싱가포르는 △씨랜드머스크 △PIL △COSCO, 홍콩은 △GSL △OOCL △SITC △TSLTD 등이다.

23개 선사들은 한-동남아 항로 운임을 인상시키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15년간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기본운임 인상,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운임을 총체·망라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은 이메일, 카카오톡 채팅방 등 수시로 의사연락 통해 합의를 진행했다. 이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은 서로 침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기존 거래 화물을 상호 보호하고 합의 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게는 선적을 거부하기도 했다.

또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 및 아시아 역내협의 협정(IADA) 관련 다수 회의체들을 중층적·병렬적으로 운영해 541차례 회합을 가졌다. 이어 23개 선사들은 후속 회합을 통해 합의 실행 여부를 체계적으로 점검·감시했다.

특히 11개 국적선사들(고려, 남성, 동영, 동진, 범주, 장금, 천경, 팬오션, 흥아해운, SM상선, HMM)은 합의에 대한 감시를 조직화하는 움직임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 7월 이들은 중립위원회를 설치하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7차례 운임 감사를 진행하는 등 위반으로 적발된 선사들에 대해 총 6억3000만원의 벌과금을 자체적으로 부과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자신들의 담합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동행위를 통해 은폐하려 한 사실도 밝혀졌다. 최저운임, 투찰가 결정 내역 등을 대외비로 관리하고 관련 대형화주의 이름을 이니셜 처리했다.

대외적으로는 선사들 간 합의해 운임을 결정한 것이 아닌 개별선사의 자체 판단으로 운임을 결정했다고 알렸으며 담합으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운임인상 금액은 1000원, 시행일은 2일에서 3일정도 차이를 뒀다.

현행해운법 상 이들의 공동행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려면 30일 이내에 해수부장관에게 공동행위에 대해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선사들은 18차례에 걸친 운임회복(PR) 신고에 120차례에 걸친 운임합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므로 별도로 추가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운임회복(RR)과 최저운임(AMR)은 서로 다른 운임인상 방식이며 선사들은 화주단체와의 협의를 회피할 목적으로 최저운임(AMR)을 합의했음에도 2003년 10월 이후부터 운임회복(RR)으로 신고했다는 입장이다.

선사들은 이후에도 최저운임 합의를 운임회복 합의로 포장해 신고하는 등 행태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선사들은 화주단체와 서로 충분히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운임회복 신고 전에 그 내용을 단순 일회성으로 화주단체 측에 통보하고 해당 문건에 운임인상의 구체적인 근거 또한 적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23개 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과징금 962억3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담합을 체계적으로 운영한 동정협에 대해 1억6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지난 15년간 해운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해운당국의 관리가 실질화되고 수많은 수출입 기업들인 화주들의 피해가 예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해운법 개정 등 제도개선에 대해 실무자급 협의를 통한 잠정적 대안이 마련됐으므로 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