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86 용퇴론’에 野 “민주당 위기의 본질은 이재명”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폴리로그 > 국회·정당

‘정권교체 아닌 정치교체’ 송영길 불출마가 부른 ‘86 용퇴론’에 비판 일색
野 “위기 본질은 586 아닌 이재명 그 자체”
진중권 “민주당, 변하지 않을 것 국민 다 알아”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26 13:28:00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사진)가 2020년 7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30%대 박스권에 갇혔다.’ 설연휴를 앞두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에 민주당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른바 ‘86세대(1980년대 학번, 60년대생)의 용퇴론’의 물꼬를 텄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야권에선 ‘민주당 위기 핵심은 이재명 그 자체’라며 번짓 수를 잘못 짚었다는 견해다.

26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원일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송 대표의 불출마에 대해 “두 가지 불순한 목적이 담긴 ‘정치쇼’로 규정한다”고 했다. 논평에 따르면 ‘정치쇼’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당을 완전히 접수하기 위한 민주당 내부용 포석 △이재명 후보의 각종 비리 의혹을 덮으려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원 대변인은 “욕설과 막말 그리고 대장동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된 이재명 후보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 내부의 끊임없는 저항이 있다”면서 “송영길 대표는 이런 내부 저항을 무마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하기 위해 친(親)이재명계를 제외한 세력을 총선 불출마 프레임에 가둬두려는 정치적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 풀이했다.

대장동 비리와 두산그룹 특혜 의혹 등 이 후보를 둘러싼 비위를 언급한 원 대변인은 “송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위선적 불출마 쇼가 아닌, 이 후보를 향한 대장동 비리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는 25일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갑자기 ‘586 용퇴론’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뜬금없다”면서 “지금 위기는 사실 (이재명) 후보 자신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송 대표의) 해법이 조금 엇나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고, 타이밍도 너무 늦었다”면서 “정말로 진정성이 있었다면 작년 정도에 진작 이런 걸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옛날에도 (민주당은) 자기들이 문제를 일으킨 곳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작 선거가 다가오니까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않았냐”며 “그러니까 선거 때는 이렇게 얘기하고 나중에 또 선거 다가오면 말이 바뀔 거라는 거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원이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파문으로 생긴 공석 때문에 열린 4.6 재보궐 선거 당시에도 민주당은 후보를 냈다. 당시 민주당은 ‘우리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중대 비위로 치러지는 선거엔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바꿔가며 공천을 강행했다.

진 전 교수는 “지역구 이번에 무공천이다. 어차피 이번 대선 판국에서 거기서 사실 승산도 없는데다가 이미 (민주당은)180석 의석을 가졌다. 그중에서 3석 덜 가진다고 뭐 달라지진 않는다”며 “이 정도로 생색낸다는 건 제가 볼 때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국회의원 동일지역 4선 연임금지 등 쇄신안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종로·안성·청주 상당구 등 민주당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송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86 용퇴론이 23일 김용민 의원을 시작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 후보는 큰 절 사과를 했다. 이 후보는 24일 오전 경기도 공약 발표 전 민주당 의원 30명과 함께 연단에 올라 “공정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라며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이 후보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는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선택 없는 임명직은 일절 맡지 않겠다”라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7인회 중 좌장격인 전성호 의원은 “초기부터 우리는 늘 특권적 자리를 요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해왔고 경선캠프에서도 핵심적 자리를 맡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성남시가 2015년 두산건설이 성남 분당에 소유한 종합병원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주면서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챙겼다는 특혜 의혹이 24일 제기된 상황이다. 야권에선 이 후보와 두산그룹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대기업 특혜’라고 주장 중이다. 이 후보는 앞서 ‘재벌 해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주장해왔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