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 비리 재발 방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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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은행 채용 비리 판결

김학형 국제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27 00:02:30

국내 주요 은행의 채용 비리 사건 하나가 또 마무리됐다. KB국민은행 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유죄였다. 다만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으며, KB국민은행이 부정 입사자 채용 취소, 피해자 구제 등의 후속 조치 등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대법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해 기소된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과 임직원 4명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인사팀장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당시 최종 결재권자인 부행장, 인력지원부장(HR총괄상무) 등 2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을, HR본부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국민은행 법인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국내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채용 적정성 현장 검사를 진행해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KB국민은행은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했다. KB금융지주 고위 임원의 친인척 등에 특혜를 제공한 정황과 남성 지원자를 더 뽑기 위해 임의로 점수를 조작한 정황도 나왔다. 그런데 고위 임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지금까지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국민은행 임직원들은 2015~2017년 신입 행원 및 인턴 채용 과정에서 이른바 ‘VIP 리스트’를 받았다.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윗선에서 청탁하는 지원자 명단이었다. 남성과 여성 비율을 ‘6 대 4 또는 7 대 3으로 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그 결과 남성 지원자 113명에 대해 서류 전형 평가 심사위원이 부여한 자기소개서 평가 등급을 임의로 상향한 반면, 여성 지원자 112명의 자기소개서 평가 등급을 임의로 하향 조정했다. 2차 면접 과정에서 청탁 대상자 20명을 포함해 28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그중 20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켰다.

이들의 형량은 1심의 영향이 컸다. 1심 재판부는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다가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피고인들의 개인적 책임으로 모두 돌릴 수 없다”며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최종적으로 인사팀장만 2심이 선고한 1년 실형으로 바뀌어 확정됐고, 나머지는 원심 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최종 유죄 판결에 대해 경영진은 사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채용 비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 계획을 내놔야 한다. 피해자의 참담함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부정 입사자는 즉각 퇴사시켜야 한다. 가장 먼저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부정 입사자를 퇴사 조치했다.

채용비리 문제가 세상에 불거진 지 드러난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부정 입사자 채용 취소와 피해자 구제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사법부, 정치권 등은 반성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채용비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비리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해 공정한 채용을 담보하는 것,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재발을 막는 길이다.

김학형 국제팀장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