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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해외여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이 제주도로 몰려들고 있다. 2020년에는 방문객이 1000만명에도 못 미쳤지만 2021년은 11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제주도 여행 인파가 주춤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도는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대표 여행지보다 물가가 비싸고 음식의 종류도 육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 관광은 이국적인 풍경과 독특한 음식에 매료되는 것이 주요 이유인데 제주도는 이런 점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승격된 이후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 열풍, 유명 연예인과 은퇴자의 이주, 국제학교의 오픈, 영리병원 건설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제주도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20대 대선 투표 결과와 6월 지방선거 투표 성향이 달라질지 주목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양당의 후보만큼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인물은 전 제주도지사인 원희룡이다. 소위 ‘대장동 일타강사’로 불리며 반 이재명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희룡은 오세훈·남경필·김태호와 더불어 보수 정당의 꿈나무로 꼽혀왔다.
역대 민선 제주 도지사는 신구범·우근민·김태환·원희룡이며 우근민·신구범은 선거가 아닌 관선 제주 도지사였다. 신구범·우근민은 진보, 김태환·원희룡은 보수로 분류된다. 원희룡은 보수정당 출신이지만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로 재선을 쟁취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며 도지사직을 내던졌다.
영남과 호남이 지역주의를 앞세워 갈등을 빚지만 제주만큼 외지인에게 배타적이지는 않다. 제주 민선 도지사 선거 8번 중 무소속이 4번 당선됐다. 정당보다는 인물에 따른 투표성향, 특정 성씨로 구성된 문중의 단결력, 외딴 섬이라는 지역적 특색 등이 중앙정치의 영향권을 벗어나 자유로운 제주 특유의 투표 성향을 만들어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지역 정치에 무리하게 개입하려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제주의 정치가 선진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제주만의 왜곡된 정치가 무소속이라는 제3지대 정당을 잉태했기 때문이다. ‘인물론’을 내세운 무소속 바람은 지역 정치인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지만 후진적 정치문화를 해소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원희룡이 떠난 제주도지사에 도전하려는 잠룡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제주도민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정권인수위원회의 활동과 여당이 된 국민의힘 정치성과에 따라 도지사 선거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감귤 농사는 쇠퇴하지만 관광산업은 성장... 토착민의 끈끈한 연대가 부정부패의 단초?
제주는 선사시대 이후로 육지와 떨어져 있고 강한 바람과 척박한 농토로 생활이 어려웠다. 1000년을 이어온 감귤농사도 1965년 한라봉 등 새로운 개량종이 도입되며 핵심 농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감귤농사로 고소득을 올렸지만 미국산 오렌지가 수입되고 포도·키위 등 대체 과일이 식탁을 점령하며 호시절은 끝났다.
관광도 핵심 산업인데 오버투어리즘이 논란이다. 관광객은 2010년 500만명에 불과했지만 10년만에 1500만명까지 늘어났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교통 혼잡, 쓰레기 투기, 문화재 훼손, 자연 파괴, 현지인 사생활 침해, 물가 상승, 주택가격과 임대료 폭등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유명 관광지인 세부 해변이 환경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자 ‘시궁창’이라고 표현하며 6개월 동안 폐쇄하고 정비했다. 하수관을 건설하고 해변에서 음주, 쓰레기 투기 등을 강력하게 단속해 해변을 살려낸 것이다. 제주도도 난개발과 환경 파괴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이를 강력하게 단속할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의 인구는 2012년 58만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 67만명으로 늘어났다. 구도심의 인구는 줄어들고 귀농·귀촌 인구가 정착하는 새로운 주거 지역의 인구가 늘어난다. 청정 제주에 대한 높은 선호도, 올레길 투어 유행, 중국인의 투자 확대 등으로 지난 10년간 약 10만명이 증가했다.
제주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공무원들의 청렴 인식이 높은 편이다. 외딴 섬이라는 특징과 배타적인 주민 의식으로 육지인을 믿지 않아 사업 거래를 꺼리는 것도 제주의 특징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토박이들의 끈끈한 연대는 다른 지역보다 더 강해 부정부패가 잘 드러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부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제교류도 대표적인 전시행정에 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늘려야 관광 활성화 가능
자매도시와 우호도시라는 이름으로 총 14개 도시와 국제교류를 진행 중이다. 미국 하와이를 비롯한 6개 자매도시, 일본의 시즈오카를 포함한 8개 우호도시와 직·간접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교류가 지역의 발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불명확하다.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녀가 유명하다. 해녀가 채취한 신선한 해산물도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화산폭발로 인해 형성된 오름도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다.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하지만 기존 평온한 삶과 재산권을 유지하려는 주민들과 마찰도 빈번해 이같은 분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야심차게 진행하던 개발사업인 제주동물테마파크·오라관광단지·신화역사공원·녹지병원 등도 대부분 좌초됐다. 신화역사공원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호텔·카지노를 포함하는 복합리조트로 개발 중이다. 녹지병원은 의료관광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영리병원이다.
인구가 수백만에 달하는 대도시도 시골로 치부되며 인재가 유출되는데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제주가 지역 출신 인재를 품기란 어렵다. 관광업에 필요한 외국어에 능통한 통역사·안내가이드·호텔관리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더 중요한 산업이다.
광주·대구에 비해 우수한 점수 획득... 글로벌 경쟁력 갖춘 관광상품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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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제주도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체계적으로 개발한다면 미국의 하와이에 버금갈 정도로 육성할 여지가 많다. 제주의 자치행정은 총 50점 만점에 20점으로 대전·울산과 동일하고 16점인 광주·대구에 비해서는 높다. 광주·대구보다 경제·문화가 양호하다.
공무원의 높은 청렴의식, 차별화된 자연환경, 다양한 문화유산은 관광 제주의 귀중한 자산이다. 다만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하와이·오키나와·하이난·보라카이·푸켓 등과 경쟁할 관광 상품이 절실하다. 의료관광도 말레이시아·태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질을 더욱 높여야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도 후진적인 정치구조, 낙후된 경제기반, 배타적인 지역정서, 변변한 상징물조차 없는 관광정책, 인재육성정책의 부재 등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중앙정치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원희룡 전 지사도 성공하지 못한 만큼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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