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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는 기존 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은 청년 세대를 공략하며 전통적으로 열세 지역인 호남에서 두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일부 호남계 인사들이 보수 정당에 둥지를 틀면서 진보진영 지지층에서 분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라남도는 1970~198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서 제외되면서 영남에 뒤처졌다. 대규모 물동량을 수송할 수 있는 항만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은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왜곡은 호남인들의 가슴에 커다란 한(恨)을 맺히게 만들었다.
전남은 목포 대불공단, 여수 화학공단, 광양 제철공단 등이 경제기반을 담당하지만 지역경제는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고 있다. 전남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봤다.
도정 구호 추상적 목표 달성 실패... 새 정부에 거는 기대 높아
전남은 호남계 진보 정당의 아성으로 보수 정당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남이 진보 정당 출신인 김두관·김경수를 도지사에 당선시킨 것과 차이가 있다. 지역 보수정치인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전 국회의원이 순천에서 재선했다. 이정현은 6·1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민선 도지사를 지낸 인사로는 허경만·박태영·박준영·이낙연·김영록을 꼽을 수 있다. 허경만이 재선, 박준영이 3선을 기록했고 이낙연은 도지사 재임 중 국무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낙연은 기자 출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후 국회의원·도지사를 거쳐 국무총리까지 승승장구했지만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에 패배하며 멈췄다.
진보의 깃발만 들면 당선되기 때문에 선거공약을 개발하는데 공을 들이지 않는 것은 경남·경북·대구·부산과 마찬가지다. 주요 도정 구호도 기회와 희망, 새롭게 도약, 미래를 여는 풍요, 앞서가는 미래, 생명의 땅, 활력 있는 일자리 등으로 추상적이다. 당연하게 가시적인 정책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전남의 정치는 대지주 농업체계에 기반을 두고 발전했다. 평야지대에서는 소수 대지주가 오피니언 리더로 의사를 결정하고 다수 소작농은 맹목적으로 추종해야 한다. 골짜기마다 몇몇 가구가 촌락을 이루고 각기 다른 여론을 형성해 파벌싸움을 벌이는 영남과는 구도가 다르다. 전형적인 몰표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 중 전남과 관련된 것으로는 우주산업특화단지, 해양관광벨트, KTX 철도 개선, 달빛고속철도 건설, 의료시설 확충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주산업은 고흥 나로호우주센터와 연관돼 있으며 해양관광벨트는 다도해 섬을 연륙교로 연결해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는 추락하고 재정자립도 바닥... 공무원 청렴도도 꼴찌
전남의 도정 비전은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 본격 추진, 전남 제2의 도약 실현'이며 활력 있는 일자리 경제, 오감만족 문화관광, 살고 싶은 농산어촌, 감동 주는 맞춤복지, 소통하는 혁신도정이 도정방침이다. 청정 자연을 기반으로 해양생태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처럼 들린다.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광양 동백특화림, 영암 향기숲, 화순 청풍특화림, 보성 산철쭉특화림 등을 조성 중이다. ‘숲속의 전남’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겠지만 허황된 계획처럼 들린다.
2021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22.2%로 17개 시도 중 꼴찌다. 재정자립도는 서울이 75.6%로 가장 높고 충북·경북·강원·전북·전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인구 감소로 지방세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는 감소하는데 인구 고령화, 낙후된 경제로 복지비는 오히려 증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남 인구는 2021년 말 기준 183만명으로 2014년 193만명에서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2013넌 6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2014년 8월부터 65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청년정책 5개년 계획을 통해 청년층 유입을 늘리고자 했지만 성과는 초라한 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남도청 공무원의 청렴도는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선 7기는 청렴도 꼴찌인 도청을 쇄신해 ‘부패 없는 전남’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2018년 간부 공무원의 갑질 논란에 대한 내부고발이 터져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내부 게시판에 근무평점은 학연·지연·혈연·친근감 위주로 하고 직원 배치도 비합리적이라는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천혜 관광자원에도 지역발전은 더뎌... 지역 인재 육성은 요원
2018년은 전라도라는 명칭이 생긴지 1000년 되는 해라며 대대적으로 문화유산을 홍보했다. 전남에서 성공한 지역문화축제는 그나마 ‘함평나비대축제’에 불과하다. 한편 목포는 ‘전남무용제’를 30년 이상 개최할 정도로 남도의 문화예술 자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목포권은 일제강점기 잔재를 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여수권은 마이스(MICE)·크루즈관광, 완도 등 중남권은 해양치유를 중심으로 블루 투어리즘(해양생태관광)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항구와 섬이 많은 지역적 특성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수항은 크루즈선이 기항하며 신안군은 연륙교로 접근성을 높였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도 각종 구설로 진척이 더디다. 여수의 마이스도 지역적 한계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받는 관광산업을 육성하자면 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와 같은 글로벌 관광 선도국가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전남의 경제발전이 어렵다는고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기술 부족이다. 광주가 지역 인재 블랙홀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남에는 변변한 대학조차 하나 없다. 한국전력공사가 설립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도 2020년 개교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2022년에서야 허허벌판에 세운 건물 한 채로 시작했다.
외지 출신 인재가 주축이 돼 광양의 제철, 여수의 화학, 영암의 조선을 발전시켰다. 지역 대학이 우수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대기업의 지방 공장에 불과한 점도 작용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곤경에 처했던 반도체 생산 1위 한국의 초라한 처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 산적... 신기술 활용한 언택트 관광 인프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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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전남의 자치행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총 50점 만점에 14점을 기록해 16점을 받은 광주보다 낮았다. 대구는 18점, 경남은 24점, 경북은 20점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너무 낮은 편이다. 각각 2점을 받은 정치와 기술을 보면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퇴보를 거듭하는 지역정치, 농어업에 의존하는 후진적인 경제구조, 인구 감소로 높은 지역소멸 위험, 잘못된 관광정책, 존폐위기에 몰린 지역 대학 등은 시급하게 해야 할 과제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은 호소력은 뛰어난 반면에 논리력·추진력·리더십·포용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술에 관련된 문제는 호소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전남이 주력하고 있는 관광산업도 내국인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 증강현실(AR)·혼합현실(MR),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해외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언택트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관광도 가만히 앉아서 오는 손님을 기다리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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