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25> 솔잎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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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08 09:04:17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미미는 알 수 없는 향기에 잠에서 깨었다. 밖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 해가 다 떠오르지 않아서 멀리에서 불빛들이 보였다. 빨강 파랑 노랑 보라의 불빛들이 요정들의 빛인 양 아롱거렸다. 새벽 햇살에 어우러져 불빛들은 점점 희미해졌다. ‘저기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가? 아빠와 미소가 바로 저기에 있다니!’ 미미의 가슴은 쿵쿵 뛰었다. ‘아빠·미소야, 내가 왔어. 미미가 왔어요!~’ 당장이라도 뛰어내려 아빠를 찾고 싶었다.

“미미, 아래를 내려다 봐. 여기가 바로 솔잎마을이야. 클로버들이 이곳에서 너의 아빠와 동생을 보았다고 전해 준 곳이야.” 블루의 말소리에 수수와 소소도 잠에서 깨어났다. 블루는 솔잎마을 중앙에 있는 마을회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회관의 중앙에는 인간들이 가꾸어 놓은 작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는 갖가지 꽃들과 풀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바로! 토끼풀들이 있었다.

“바로 저기, 정원 한 가운데에 우리를 내려줘. 저 토끼풀들에게 물어 보면 아빠와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블루는 조심스럽게 마을 회관을 한 번 돌고는 신중하게 주위를 살핀 뒤에 정원 한 가운데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미미와 수수 형제는 미끄러지듯 블루의 등에서 내려왔다. 막 동이 텄기 때문에 아직 많은 풀들이 잠들어 있었다. 미미는 신기하게도 어떤 풀이 잠에서 깨어났는지 알아 볼 수 있었다.

“안녕, 미미! 좋은 아침이야.” 가녀린 음성이 발밑에서 들렸다. 미미가 얼른 아래를 보니 햇살에 눈이 부셔 하품하는 아기 클로버가 실눈을 뜨고 미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앗, 미안! 내가 너를 밟고 있었구나.” “안녕! 미미. 네가 이곳에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 고마운 걸.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여기 올 수 없었을 거야.” “무슨 말을…, 넌 우리 식물들을 사랑하는 백년의 동물이잖아, 엄마가 네가 올 거라고 말씀하셨어. 참, 내 정신 좀 봐, 너의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빨리 알려주어야 하는데….” 아기 클로버는 작은 몸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했다. 무언가 냄새를 맡는 것 같기도 하고 신호를 받는 것 같기도 했다.

“미미, 드디어 신호를 받았어. 너의 가족은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 여기 내 잎을 하나 잘라서 가져가면 그곳을 찾아갈 수 있단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의 클로버들이 깨어났다. 그들이 기지개를 켜자 신선한 향기가 돌았다. “어? 네가 바로 미미로구나, 정말 반갑다. 난 이 아이의 엄마야.” “안녕하세요? 이곳 가족들이 도와주어서 이렇게 올 수 있었어요.”

“무슨 말을…, 백년의 동물을 만난 내가 영광이지. 그건 그렇고, 아가야, 엄마가 시킨 일은 한 거야? 미미의 가족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니?” “그럼요, 엄마. 저에게 그곳 정보가 있어요.” “뭐해? 미미, 내 잎을 하나 잘라서 얼른 떠나. 아빠와 동생을 어서 만나야지.” “하지만 내가 어떻게 너를 자를 수 있어? 그럴 순 없지.” “괜찮아, 미미야 우리 몸은 다시 금방 자라난단다.” 엄마 클로버가 용기를 주었다.

미미는 조심스럽게 아기 클로버의 잎 하나를 뜯어냈다. 아기 클로버는 아픔을 참느라 순간 표정이 변했지만 금방 생글거리며 웃어 주었다. “미미, 내 잎은 지금부터 6시간 동안은 살아있을 거야. 너랑 말도 할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식을 잃으니까 그때는 다른 클로버나 요정의 도움을 받도록 해.” “정말 고마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미미, 네가 행복한 게 우리의 기쁨이야, 자, 어서 떠나.” 클로버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미미와 수수 형제는 다시 블루 등에 올라탔다. 미미는 클로버 잎을 조심스럽게 가슴에 품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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