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자금난 계열사 밀어주는 ‘꼼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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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월드에 자금·인력 변칙 지원… 공정위, 과징금 41억원 부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10 14:33:20

▲ 이랜드그룹이 그룹 소유·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부당한 지원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스카이데일리

이랜드그룹이 그룹 소유·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인 이랜드월드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부당한 지원을 한 사실이 적발돼 4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0일 기업집단 ‘이랜드’ 소속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에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 및 인력을 지원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억79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에 20억6000만원, 이랜드월드에 20억19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이랜드월드는 2010년 이후 진행된 차입금 중심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이 사건 주요 지원행위가 이루어진 2014~2017년에는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랜드월드의 재무 부담 증가 및 수익성 하락이 계속됨에 따라 한국신용평가는 2015년 12월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하향했으며 2016년 12월에 다시 추가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금융사들은 이랜드월드 차입금의 조기상환을 요구했고 이랜드월드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가 소유한 부동산 2곳을 총 6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을 560억원으로 설정한 후 2017년 6월30일 계약을 해지해 계약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181일 동안 560억원을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당시 이랜드월드의 재무·신용 상황으로는 신규 차입이 사실상 어려웠음에도 거액의 자금을 무상으로 차입해 이자 비용에 해당하는 13억7000만원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은 셈이 됐다.

또한 이랜드리테일은 의류 브랜드 ‘SPAO’를 이랜드월드에 양도하는 내용의 자산 양수도계약을 2014년 5월27일 체결하고 2014년 7월1일 자산을 이전했으나 양도대금 약 511억원을 2017년 6월19일까지 분할 상환하도록 유예하며 지연이자를 전혀 받지 않았다. 이랜드리테일은 SPAO가 미래수익 창출 능력이 있는 반면 이를 양수하는 이랜드월드는 지급할 현금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거래를 진행했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은 2014년 7월1일 양도대금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자산 양도부터 진행했고 이랜드월드는 2014년 11월1일에 이르러서야 최초로 대금의 일부인 1억5000만원을 채권 상계 방식으로 지급했다. 이후에도 유동성이 부족했던 이랜드월드는 양도대금 511억원을 2017년 6월19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분할 상환했으며 그 중 13회(243억원)를 현금 지급 없이 대물·채권으로 상계했다.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는 미지급금액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공급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으며 지연이자에 해당하는 최소 35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

이랜드리테일이 2013년 11월11일부터 2016년 3월28일까지 이랜드월드의 대표이사의 인건비 1억8500만원을 대신 지급한 것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러한 인력 지원행위가 다른 지원행위들과 결합해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의 손익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간 변칙적인 자금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활용해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위법행위를 제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생활 밀접 업종의 경쟁을 저해하고 건전한 거래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