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37> 요정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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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26 08:40:29

어느 날 밤, 미미는 달빛보다 밝은 빛에 저절로 눈을 떴다. 은은한 빛과 함께 상큼한 향이 코끝에 전해 왔다. “미미, 나야! 그동안 잘 지냈어?” 아몬드 요정의 목소리였다. 미미는 알프 요정을 알아보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미미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앗! 요정님, 요정님 맞아요?” “그럼, 미미 그동안 네가 보고 싶어서 혼났어.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라고 참고 있었지!” 알프의 반가움이 가슴의 불빛으로 배어나왔다. 노란색 불빛이 미미에게까지 반사되었다. 미미는 반가움에 알프 요정을 와락 껴안았다.

“아몬드 숲은 어때요? 수수와 소소, 도도 아줌마와 가족들은 다 잘 지내나요?” “그럼, 미미! 우리 백년의 동물의 친구들이라 나도 그들에게 관심이 많아. 다들 건강하고 잘 지내.” “그런데 요정님! 지금 보니 얼굴이 좀 안 좋아졌어요. 요즘 무슨 힘든 일이 있어요?”

“안 그래도 우리 백년의 동물과 의논할 일이 있어서 왔어.” 알프 요정의 불빛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푸른색은 무언가 차분하게 할 말이 있다는 표시다. “무슨 일인데요? 어서 말해 보세요.” “요즘 아몬드 숲에 사슴들이 죽어가고 있어. 여리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사슴들 말이야. 우리 요정들은 식물을 지키는 임무를 하고 있는 거 알지, 미미?”

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식물을 지키는 일은 동물을 돌보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어. 네가 혼내준 청설모처럼 동물들은 식물들을 마구 해치기도 한단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우리 식물들에게 소중한 존재이지. 그들은 식물을 결혼시켜 주기도 하고 아기 식물들을 독립시켜 주기도 해. 식물들 또한 그들에게 보답을 하지. 꿀도 주고 필요한 약도 주고 양식도 주고. 그건 우리 백년의 동물도 잘 아시는 일이죠?”

“그럼요, 요정님. 아무튼 저는 그저 꽃이 좋아요. 꽃만 보고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호호, 그러니까 백년의 동물이시죠! 아주 타고 나셨어요!” 알프 요정의 빛이 선홍색으로 변했다. 요정이 기쁨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사슴은 저보다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그들은 꽃처럼 아름다워요. 그런데 요정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응, 얼마 전부터 사슴들이 비실비실 앓더니 지금은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어. 사슴은 식물의 잎을 먹기 때문에 식물에게 해를 입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많은 식물의 아기들을 먼 곳으로 보내서 그곳에 자리 잡고 살게 해주는 소중한 동물들이야. 사슴이 좋아하는 열매를 먹으면 그게 뱃속에서 소화가 되잖아.

하지만 그 속의 씨앗은 죽지 않는단다. 사슴이 똥을 눌 때 씨앗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그리고 사슴의 뱃속을 거친 씨앗은 싹을 트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 되고. 그렇게 사슴은 중요한 존재들인데, 요즘 무슨 병이 걸렸는지 저렇게 하나둘 죽어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야.”

“아, 그렇군요. 저도 정말 속상하네요.” “그런데 미미, 우리는 식물의 요정이라 동물들과는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없어. 그래서 사슴의 먹이가 되는 나무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는데 그들은 특별한 일이 없다고 대답을 하네. 자기들은 평소처럼 사슴이 먹을 수 있게 충분한 잎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사슴이 굶어 죽는 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했어.”

“그럼, 무슨 문제일까요?” 미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식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곤충과 초식동물들은 아주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식물을 아끼는 백년의 동물은 곤충과 초식동물들의 안전한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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