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39> 사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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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28 11:06:07

“여기야, 다 왔어.” 알프 요정을 따라 도착한 숲의 동쪽 나지막한 곳에 맑은 눈을 지닌 사슴의 무리가 있었다. 뿔이 멋진 아빠와 윤이 나는 털을 지닌 엄마들, 그리고 호기심천국의 아기 사슴들이 뛰놀고 있었다. 옛날 같으면 이들의 발에 밟힐까 봐 그저 무서워했을 미미이지만 지금의 미미는 달랐다. 미미는 당당하고 위엄 있는 백년의 동물이었다. 숲에 사는 동물들은 백년의 동물을 저절로 알아보았다.

화려한 뿔을 가진 아빠 사슴이 미미에게 다가왔다. “제가 백년의 동물을 뵙습니다. 영광입니다. 안 그래도 저희 가족에게 문제가 있어서 걱정입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빠 사슴은 뿔만큼이나 멋진 음성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꺼냈다. “저는 단지 작은 소녀 햄스터일 뿐입니다. 편하게 대해 주세요. 사슴 아저씨!” 미미는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당신은 백년의 동물이시지요. 제가 예를 갖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리로 와 주세요. 우리 가족 중 여럿이 이미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슬픈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는지, 저는 알 수가 없답니다. 우리를 도와주세요.” 미미는 아빠 사슴을 따라 작은 골짜기로 향했다. 그곳에는 병이 깊어져서 누워 있는 사슴 몇 마리가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털에는 윤기가 없었다. 몸은 말랐는데 유독 배만 불룩했다. 정말 가여운 사슴들이었다. 알프 요정이 호소하는 눈빛으로 미미를 바라보았다. 미미가 현명한 빅에게 물어보았지만 빅도 이유를 알 리 없었다. 궁금해진 미소가 누워 있는 사슴에게 물었다. “저기요, 지금 제일 아픈 데가 어디예요?”

기운이 없이 축 처진 사슴이 대답했다. “다른 덴 모르겠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힘들어요. 사실 아무것도 못 먹은 게 벌써 사흘째인데 왜 배가 부른지 모르겠어요.” 그때 아빠 사슴이 말했다. “맞아요! 어제 숨이 진 사슴도 배가 빵빵해서 무엇을 먹을 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음식이 문제라는 것인데….” 미미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고는 바로 아빠 사슴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 뭐예요?” “바로 저기에 있는 나무예요, 껍질이나 나뭇가지, 잎을 먹어요. 요즘엔 잎이 아직 부드러워서 주로 잎을 먹지요.” 미미가 나무를 바라보니 아주 평범한 나무였다. 그들이 평소에 먹는 먹이가 문제를 일으켰을까? 미미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미미는 나무에게 다가갔다. “안녕! 나 미미야.” “안녕, 미미! 만나게 되어 영광이야. 네가 이 숲에 있을 때 가끔 너를 보았지만 지금의 너는 더 성숙해졌구나. 밝아지기도 했고.” 나무가 가지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동안 아빠랑 미소랑 즐겁게 지내서 그럴 거야. 다시 아몬드 숲으로 돌아와서 기뻐. 그런데 말이야, 너도 알겠지만 불쌍한 사슴들이 죽어가고 있어. 물어보니까 배가 부르고 소화가 통 안 된다고 그러는데, 혹시 너도 어디가 아픈 거 아닌가 걱정이 돼.”

나무는 갑자기 움찔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사슴들이 죽어가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파. 그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우리의 잎과 가지로 배를 불리고 가을과 겨울에는 우리 아기들을 먼 곳으로 보내준단다. 미미, 그래서 우리는 사슴들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잎을 만들어 둔단다. 사슴과 우리는 그렇게 서로 돕고 살지. 우리가 사는 방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사슴이 우리를 먹어 치우고 괴롭힌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로 그게 아니야.”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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