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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프랑스 대선 후 정세 분석

‘징크스’ 깨고 재선 성공한 마크롱… 임기 2라운드 5년 과제는

마크롱 승리… 르펜과 격차는 5년 만에 좁혀져

마크롱2기에 드리워질 그림자… ‘6월 총선’ 비상

미국‧서방 마크롱 재선에 일단 안도와 축하

기사입력 2022-04-29 00:07:32

▲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의 연임을 축하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린 르펜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해 지난 20년간 이어졌던 프랑스의 ‘현직 대통령 재선 실패’ 징크스를 깼다. [사진=뉴시스]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이 향후 5년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구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징크스를 깨고 재선 고비는 넘겼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앞길에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24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44)은 마린 르펜(53) ‘국민연합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선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라는 기록과 함께 이번에는 2002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이어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역사적인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특이하게도 승리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25(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는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은 득표율 58.54%, 르펜 후보는 41.46%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득표율 격차는 17.08%, 5년 전 두 후보 간 32.20%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승리했음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민족주의가 이렇게 권력 중심부로 가까이 다가간 적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2017년 대선 때의 승리와 비교하면 많이 저조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선 성공험난한 임기 2라운드 예고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승리가 확정된 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7년 대선 때도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대통령 자리를 놓고 맞붙었는데 당시 중도를 표방하는 전진하는 공화국이라는 신생정당을 이끈 정치 신예 마크롱 대통령과 현 국민연합의 전신인 극우 정당 국민전선르펜 후보 간의 격돌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약 66%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구체제 청산을 뜻하는 데가지즘(dégagisme)’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프랑스에서 재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5년 전 마크롱 대통령 본인도 프랑스의 정치문화인 데가지즘의 수혜자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출마했을 당시 프랑스의 세대별 연구보고서 ‘Generation Quoi’에 따르면, 청년층의 87%가 정치를 불신한다고 답했고, 99%가 기성 정치권이 부패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1969년 대선 투표율 68.9% 이후 53년 만에 가장 낮은 71.99%를 기록했다. 낮은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불만과 무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선투표에서 청년 유권자 상당수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자 300만명이 백지 투표와 기표 오류 등 무효표를 행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지도자를 불신하는 프랑스 국민 정서를 반영한다고 분석했고 현지 매체 프랑스24두 후보자에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라고 평했다.
 
이런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지난 대선에 비해 좁혀진 득표율 격차, 50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 선거 과정에서 국정 운영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 등은 마크롱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앞선 5년보다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임을 예고하고 있다.
 
극우파 후보 르펜의 위협적 선전…“게임 아직 끝나지 않아 
 
▲ 재선을 노리는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이에 맞서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20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르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프랑스 경제가 악화하고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르펜은 대선 패배 수락 연설에서 비록 패했지만, 빛나는 승리를 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6월에 예정된 총선을 가리키며 수많은 국민이 우리를 택했다. 프랑스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우리의 결의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면서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르펜은 유권자 설득을 위해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정책을 철회하고 강경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르펜은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종교, 인종 등 논란을 일으킬 만한 발언을 자제하면서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사생활을 공개하는 등 대중과 친밀감을 높여왔다. 이런 공을 들인 결과 마크롱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에서 2017년 처음 맞붙었을 당시보다 득표율차를 절반 이상 줄였다. 지지층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르펜은 패배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권력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듯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당선 소감을 내놨다. 당선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지지자들이 모인 파리 샹드마르스 광장을 찾아 여러분이 나의 사상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의 사상을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임기는 첫 임기 때와는 다를 것이라면서 프랑스가 안고 있는 모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한 진영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유권자들이 극우에게 표를 주도록 분노하게 만든 원인을 찾아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새 임기 출발에 “허니문 없다”… 노란조끼 재현될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의 새로운 임기가 첫 5년만큼이나 도전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1년까지 퇴직 연령을 65세로 늦춰 더 내고 덜 받는연금개혁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프랑스 언론은 유류세 인상으로 2018년 마크롱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던 노란조끼 시위 때만큼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큰 공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추진을 강행할 경우 노동자 총파업 같은 또 한 차례 혼란이 예상된다. 프랑스 노동총연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허니문은 없을 것이라며 연금 개혁안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으면 다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등하고 있는 생활비 안정도 시급한 과제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생활비 급상승으로 생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달 프랑스 물가 상승률은 4.5%1985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를 잡으려면 우선 에너지 가격부터 잡아야 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가스와 전기료 가격 상한제를 유지하고, 저임금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강화책을 제시했다. 내부적으로 대학 등 교육기관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고, 농촌 등 소외된 지역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개혁도 추진할 방침이다.
 
외면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번 대선 결선에서 기권율은 28.01%, 5년 전 2017년 대선보다 2%p가량 증가했다. 백지 투표도 4.57%로 집계됐다. 영국 BBC 방송은 “300만 표 이상의 무효표와 백지 투표(4.57%)를 합산하면,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두 후보 어느 쪽에도 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FP마크롱은 집권 2기에 반대파 및 부동층의 저항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EU) 국경 안보와 밀입국 이민자 통제, 국방 협력 강화, 첨단 기술 기반 유럽 경제 성장 모델 개발 등이 우선순위다. 프랑스는 현재 EU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도 앞두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첫 시험대는 코앞으로 다가온 612일과 19일 열리는 총선이다. 하원 577석 중 과반인 289석을 얻어야 정국 안정을 도모할 수 있지만, 지난 총선 같은 압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주요 언론의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5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그가 소속된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최상위 행정단위인 레지옹(광역주) 수장을 단 한 곳에서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미국 CNN방송은 6월 프랑스 총선에 대해 대선에서 마크롱에 반대한 유권자들은 그가 누려 온 의회 내 다수당 지위를 끝내려 할 것이라며 여러 면에서 6월 총선은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그리고 세계에 이번 대선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 후보가 24일(현지시간) 결선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지지자들에게 감사 연설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는 이번 총선의 유권자 표심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마크롱 대통령 27.8%, 르펜 후보 23.1%, 멜랑숑 후보 21.9%, 세 정당이 엇비슷하게 득표했다. 결선에서 약진하며 자신감을 얻은 르펜 후보는 총선에서 반격을 선언했고, 멜랑숑 후보도 총선을 대선 3차 투표라고 부르며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했다.
 
미국서방 지도자들 마크롱 재선에 안도와 축하
 
극우 대통령 출현을 우려했던 미국과 서방 지도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에 안도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맨 먼저 축하 전화를 걸어 프랑스 유권자들이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재선을 축하한다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며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 협력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해 우리의 지속적인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축하 성명을 통해 전 유럽에 좋은 뉴스라고 전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탁월한 협력을 계속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는 함께 프랑스와 유럽을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에 브라보 에마뉘엘이라고 적으며 이번 선거 결과를 반겼다.
 
우리나라 역시 외교적·경제적인 면에서 프랑스와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될 마크롱 2기 정부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27한국과 프랑스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오랜 외교, 또 문화 교류와 경제 협력 관계를 지속해 온 중요한 우방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연임 축하를 전달하며 한국과 프랑스 관계가 안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는 한국과 관계에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양국은 민주주의, 인권, 자유라는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20년 전 양국이 고속철도, 원자력 분야에서 성공적인 협력을 했던 것처럼 양국은 많은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25일 발표한 마크롱 2기 정부 주요 정책 및 전망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에너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우주·해양 등 국가미래전략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우리 기업들의 프랑스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한상 기자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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