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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일제 강점기 때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대전광역시 유성온천은 2000년대 후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목욕탕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현재는 오피스텔과 원룸이 밀집한 평범한 부도심으로 전락했다.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은 활력을 잃었고 유성구는 대체 산업을 찾지 위해 노력 중이다.
유성구는 관광산업 대신에 방위산업과 4차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하고 4차 산업혁명 실증도시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또한 5월10일 출범할 윤석열정부가 설립하기로 결정한 항공우주청도 유성구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상남도로 결정됐다.
세종특별자치시의 개발로 인구 유출 등 일명 ‘빨대 효과’가 나타나는 대전시와 마찬가지로 재도약의 발판을 찾아야 하지만 뚜렷한 묘책을 찾기 어렵다. 대전시 유성구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진보 정당이 우세한 정치 지형… 지역 실정과 거리 먼 공약 홍수
민선 1~7기 구청장은 송석찬·이병령·진동규·허태정·정용래이다. 1·2·5·6·7기는 진보 정당, 2개 재보선·3기·3기 재보선·4기는 보수 정당에서 각각 차지했다. 1·2기 구청장 송석찬은 2000년 2기 구청장직을 사퇴하고 16대 유성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기 재보선·3기 구청장 이병렬은 2003년 3기 구청장을 사퇴하고 17대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3기 재보선·4기 구청장은 진동규이다. 5·6기 구청장을 지낸 허태정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며 현 민선 7기 대전시 시장은 정용래다. 6·1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는 8기 대전시장 후보로 확정돼 재선 고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 민선 7기 구청장인 정용래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친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다. 6·1 지방선거에서 뽑는 8기 유성구청장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정 구청장의 공약은 자치분권 도시 실현(7개), 도시혁신 생태계 구축(4개), 휴양·관광 도시 실현(3개), 광역 협력 사업 추진(4개) 등 6개 분야 총 35개 사업이다. 2022년 4월 기준 공약이행률은 99.94%이다.
가족형 온천테마파크 조성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은 유성온천관광특구의 정체성을 잃고 쇠퇴해 가는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79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기반 횡단보도·신호등·가로등,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반영 광고물, 첨단기술 체험거리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은 4차 산업을 육성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겠다는 구상과 거리가 멀다.
6·1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국민의힘 진동규(3기 재보선·4기 유성구 구청장), 김문영(전 청와대 행정관), 권영진(5·6·7대 유성구의회 의원), 이은창(6대 유성구의회 의원) 등 4명이다. 국민의힘은 5월4일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민주당은 현 7기 구청장인 정용래를 단수로 추천했다.
영세사업체 전체 96% 점유… 10년간 인구 25% 증가
올해 예산은 7266억원으로 2021년 6322억원 대비 14.93%인 944억원 증가했다. 세부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사회복지 56.84% △국토·지역개발 4.44% △일반 공공행정 4.69% △보건 4.38% △환경4.24% △교통·물류 3.33%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02% 등이다.
과학기술 관련 예산은 0.06%로 4억원이며, 2018년 3억원·2019년 3.5억원·2020년 3.4억원·2021년 3.4억원 등 과학기술 분야에 꾸준히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2018년 이후 과학기술 분야 예산 배정이 0%인 경기도 용인시·성남시와 충남 천안시·서산시·논산시 등에 비해 양호한 셈이다.
양성평등정책추진사업 7개, 성별영향평가사업 56개, 자치단체 별도 추진 사업 7개 등 총 70개 사업의 성인지 예산은 394억원이다. 성인지 예산 배정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사업에도 충분한 예산을 반영하라는 의미다.
올해 세입과목 개편 전·후 재정자립도는 각각 29.5%, 27.5%로 2021년 27.8%, 26.0% 대비 증가했다. 재정자립도는 대전지역 동구·중구·서구·대덕구·유성구 등 5개 중 가장 높았다. 대전시 전체 올해 재정자립도는 세입과목 개편 전·후 각각 46.8%, 42.4%로 2021년 45.1%, 39.9% 대비 상승했다.
2019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은 14조199억원으로 2015년 11조4577억원 대비 22.36% 증가했다. 대전시 GR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32.53%로 2015년 30.83% 대비 올랐다.
2019년 기준 사업체는 2만5222개며 개인사업체는 1만8667개로 74.01%에 달한다. 회사법인은 4949개로 19.62%, 회사 이외 법인은 828개로 3.28%, 비법인 단체는 778개로 3.08%다. 종업원 20명 이하 영세사업체가 전체의 95.53%를 기록했다.
2021년 말 기준 총인구는 35만7400명으로 2010년 28만6100명 대비 24.92% 증가했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0.27%로 대전시 전체 15.23%보다 낮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은 22.93%로 천안시 25.57%, 논산시 33.22%보다 낮다.
2021년 유성구청 공무원이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구청 공공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한 것이 드러났다. 구의회는 구청이 심의절차 없이 가로수 제거를 승인해 조례를 무시한 불법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같은 해 유성구의회 의원의 갑질, 개발지역 인근 땅 매입이 논란을 초래했다. 올해 유성구청 공무원 2명이 도시개발 사업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국가지정 보물 7점 등 문화재 풍부… KAIST 최고 인재 육성
유성온천 이용자는 2019년 471만명에 이를 정도로 온천은 지역 경제의 효자였지만 쇠퇴 중이다. 지역 문화재는 2010년 국가지정 보물 제1672-2호로 지정된 송준길 행초 서증손병하가 대표적이다. 국가지정 보물 6점이고 대전시 지정 △유형문화재 29점 △무형문화재 3점 △문화재자료 21점 △기념물 12점 △등록문화재 9점 등 총 74점이 있다.
지역 박물관·미술관·전시관은 지질박물관·화폐박물관·대전시립박물관·대전선사박물관·충남대박물관·성암미술관·DCC 대전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대전어린이회관·솔로몬로파크·발명교육센터·국립대전숲체원·비룡재 등 체험관, 세동밀쌈마을·선창녹색농촌체험마을·구즉여울묵마을 등 농촌체험마을도 운영 중이다.
올해 문화·관광 예산은 103억원이며 행사·축제 관련 예산은 28억원으로 많은 편은 아니다. 지역의 축제·공연은 1989년부터 시작돼 27회째를 맞고 있는 유성온천문화축제, 유림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2010년부터 개최된 국화전시회가 유명하다.
지역에 있는 대학은 대덕대·충남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한남대·한밭대 등이 있다. KAIST는 자연과학대·생명과학기술대·공과대·인문사회융합과학대·경영대·융합인재학부 등이 운영 중이다. KAIST는 서울대·포항공대(포스텍)와 더불어 국내 최고 수준의 공학 인재를 육성한다.
지역 배출 인재 포용할 기업 부족… 부정부패 해결할 구청장 리더십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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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으로 유성구의 자치행정을 평가하면 총 50점 만점에 22점으로 충청북도 청주시에 비해 2점 낮다. 충청남도 천안시가 16점, 논산시·서산시가 각각 12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대전시 전체가 20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성구가 우수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가 각각 4점이고 기술만 6점을 획득했다. 기술은 KAIST라는 우수한 대학, 지역에 위치한 우수 기술의 기술력을 감안한 결과다. 다만 지역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를 포용할 좋은 기업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구청·구청장이 행정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는 진보와 보수가 나름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다양한 지역 공약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제는 재정자립도가 보통이지만 GRDP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용의 질이나 대표 업종은 열악해 지속가능 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사회·문화 모두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공무원·시의원의 부정부패는 두드러졌고 구청장의 리더십은 실종됐다. 지역의 문화제와 축제가 관광객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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