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3> 나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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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4 09:45:43

“내가 이 숲의 새들한테 들은 얘기는, 숲의 요정들이 무조건 우리 식물의 편만은 아니라는 거야. 그들은 동물이 식물을 괴롭히는 것을 막아주지만 식물이 동물을 괴롭혀도 참지 못한다고 해. 사슴이 아프니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난 요정이 무서워, 미미.” 떡갈나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떡갈아, 나는 너를 위한 백년의 동물이야. 요정들이 나를 백년의 동물로 임명했지만 나는 요정을 위해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그래서 너는 내게 무엇이든 솔직하게 알려 주어야 해. 나는 너의 편이니까.” 떡갈나무는 좀 진정이 되었는지 처음에 만났을 때같이 잎을 살랑대며 말했다.

“사실은… 미미… 있잖아…. 요즘 내 몸이 좀 이상하긴 해. 우리는 아침 해가 뜰 때 컨디션이 최고거든? 그때는 가지에 힘이 오르고 잎들이 해를 향해 반짝 몸을 곤두세워. 아침 햇빛은 우리한텐 최고의 보약이거든. 그런데 요즘에는 해를 바라볼 기운이 없어. 겨우 몸을 곧추세우긴 하지만 예전 같지 않아.”

“그럼 역시…, 건강하진 않은 거네.” 미미가 조심스레 말했다. “맞아, 그리고 오후가 되면 진땀이 난단다. 나를 봐, 미미. 가지에 잎이 많이 보여?” 떡갈나무의 말에 미미가 찬찬이 살펴보니 가지에 잎들이 드문드문 했다. 떡갈나무가 열심히 피워 올린 어린잎들도 많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떡갈아, 잎이 왜 요거밖에 없지? 지금쯤이면 잎이 무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빅, 미소! 이리들 와봐. 떡갈나무 잎이 좀 이상하지 않아?” 미미의 외침에 옆에서 놀고 있던 둘이 다가왔다. “미미, 떡갈나무의 잎들이 좀 이상한데?” 미소가 나무에게 허락을 받고 잎을 하나 뜯었다. 이파리를 씹어 본 빅은 얼굴을 찡그렸다. “미미, 이 맛은… 정상적인 떡갈나무 잎의 맛이 아니야. 뭔가가 이상해. 잎에 독이 있는 거 같아.” “독이라구?” 미미가 놀라 소리쳤다.

“떡갈아, 빅은 식물의 잎에 아주 민감해, 웬만한 성분은 알아낼 수 있어. 그런데 너의 잎에 독이 있다고 하네. 어찌된 일일까?” 떡갈나무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둥치가 하얗게 질려 버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미, 우리 식물들은 정교한 화학실험실을 가지고 있단다. 식물의 실험실에서는 누군가의 의지가 작동하지 않아. 어쩐지 이상했어, 아침에 기운이 없는 것도, 오후에 지치는 것도.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어.”

“미미, 우리의 몸은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해. 식물의 화학반응은 과학일 뿐이야. 마음대로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떡갈나무의 잎들이 눈물방울을 만들어 냈다. 잎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흘렀다. 미미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너는 독을 만들어 사슴을 죽이기로 한 게구나!” 등 뒤에서 엄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미가 놀라 돌아 보니 어느 사이에 알프 요정이 와 있었다. 요정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가슴의 검붉은 광선이 그것을 보여주었다.

“요정님, 저는 제 마음대로 독을 만들 수 없는 몸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슴들을 정말 좋아해요. 낯선 이 숲에서 그들은 저의 반가운 친구들입니다. 제가 왜 사슴을 죽이려 했겠습니까?” “너의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중요한 건 너의 배신으로 착한 사슴들이 하나둘 씩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야! 나와 요정들은 너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어.”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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