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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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고 싶은 미미 <47> 판결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10 09:10:12

“그동안 새로운 사실이 있었는지요? 알프님이 말씀해 주실래요?” 사흘 후 열린 법정에서 팡고른 재판장이 말했다. “재판장님, 저희는 힘을 합해 숲의 이곳저곳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발견했습니다. 사슴들에게 물어 보니 울타리 때문에 그 너머에 있는 나뭇잎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떡갈나무의 잎만 주로 먹었다고 합니다.”

“저런! 그렇다면 떡갈은 살 수가 없었을 텐데!” 팡고른 요정이 혀를 쯧쯧 찼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떡갈은 자기도 모른 채 독 수치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알프 요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어디, 아빠 사슴의 말을 들어볼까요?”

“재판장님, 그건 사실입니다. 저희 무리 중에 약한 사슴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떡갈의 잎만 먹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몸이 약한 엄마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저와 힘이 센 엄마 사슴들은 좀 더 먼 곳의 나무들에게 갈 수 있었지만요.” 이제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떡갈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재판장님. 저를 벌하여 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사슴 가족이 저의 독 때문에 죽었다니요! 저는 설마 하였는데,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리리 요정이 떡갈을 도닥여 주었다. “떡갈아, 식물들은 마음대로 독 수치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가 없어, 우리의 생존이 위협을 받으면 마치 공장의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자동으로 독 수치가 올라가는 걸? 너의 잘못이 아니야.”

“자, 이제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판결을 내리도록 하지요.” 팡고른 재판장이 자상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 “나, 팡고른 재판장은 아몬드 숲 사슴 살해 사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이 사건의 진범은 울타리를 친 인간입니다. 떡갈나무는 무죄임을 판결합니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아빠 사슴과 엄마 사슴은 떡갈나무를 위로했다. 그들은 예전처럼 예쁜 우정을 나눌 것이다. 팡고른 재판장은 아몬드 숲 요정과 동물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미미는 오랜 만에 수수 형제와 도도 아줌마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빅과 미소도 함께였다.

“미미, 역시 백년의 동물은 멋져! 너는 요정과 이야기할 수 있고,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이랑도 대화할 수 있잖아. 그럼 몇 개 국어를 하는 거지? 음, 3개 국어쯤 될라나?” 빅이 말했다. “놀리지 마, 빅! 이번 일은 너의 공이 컸어.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개미들은 능력자들이야. 별걸 다 아니까.” “그런데 빅! 사슴 똥 맛은 어땠어?” 미소가 빅을 놀리느라고 말했다. “응, 그게 독이 들어서 그렇지, 맛은 나쁘지 않던 걸?” 빅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미미야, 이왕 오랜 만에 이 숲에 왔으니 좀 놀다 가면 어때? 백년의 동물을 이렇게 붙잡아 두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백년의 동물이 탄생한 곳이니 좀 있다 가도 좋을 것 같은데?” 미미와 헤어지기 싫은 도도 아줌마의 청이었다. “그래, 미미! 우리랑 좀 지내자. 미소도 같이 왔고.”

“나도 바로 가고 싶진 않아요. 아줌마~ 빅, 너는 어때? 이곳에 좀 더 있어도 돼?” “백년의 동물과 식물의 힘으로 우리 왕국이 살아났는데 제가 감히 미미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나요?” 빅이 익살맞게 대답했다. “호호, 그럼 허락해 주는 거지?” 미미와 미소, 빅과 도도 아줌마, 수수와 소소의 머리 위로 둥근 달이 떠올랐다.

달빛을 받은 풀들이 그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세상은 친구가 있어 아름답다네. 세상은 친구가 있어 즐겁다네. 멀리 있어도 마음 알지만 가까이 있는 그 시간 보석처럼 소중하지.”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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