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은 잠재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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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사고=CEO 처벌’… 시행령부터 바꿔야
商議 설문 “기업 10곳 중 8곳이 경영에 부담”
기업의 자율적 경영 최대한 보장해야 마땅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5-18 00:02:02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묻는 게 골자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 처벌’ 등식이다. 기업인을 산업 발전의 동반자가 아니라 ‘범죄 유발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27일 시행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기업들의 우려가 여간 큰 게 아니다. 기업 10곳 중 8곳은 법 시행으로 경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자 단체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68.7%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법 대응을 위한 조치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63.8%가 아직 ‘조치사항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별다른 조치 없는 기업’도 14.5%에 달했다. 반면 ‘조치했다’는 기업은 20.6%에 그쳤고, 이 법이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기업에서도 ‘조치했다’는 응답은 28.5%에 불과했다. 기업의 80.2%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고, ‘경영부담이 안 된다’는 응답은 18.6%에 그쳤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경영자 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법률 개정은 국회 동의 등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당장의 현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부터 우선 단행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예컨대 시행령 중 직업성 질병자의 기준에 중증도가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과관계의 명확성·사업주의 예방 가능성·피해의 심각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뇌심혈관계질환 사망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사망자 범위를 급성중독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건의했다.

사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에 집중하다 보니 ‘안전관리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이 비용은 납품단가에 반영해 원청과 하청, 소비자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않겠는가.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적폐인 몰아붙이기식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 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윤석열정부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주요 기업집단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며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가치다. 이런 취지에 비춰볼 때 반(反)기업정서를 바탕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은 헌법정신에 반하는 행위다. 산업현장 인명 피해를 막고 기업의 안전제도 도입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내외 기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법으로서 국내외 경영 현장의 심각한 우려를 사고 있는 게 드러났다.

모름지기 법은 경제를 규제하면서 보호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경제 주체로 하여금 공정거래와 같은 시장 원칙을 준수토록 하는 역할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인의 경영 의욕을 북돋아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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