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59> 빅, 파샤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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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26 09:16:47

래빗이 울음을 멈추었을 때 미미는 손등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내려다보니 빅이 큰 눈망울을 굴리고 있었다. 미미가 너무 놀라서 움찔하는 바람에 빅을 떨어뜨릴 뻔 했다. “빅!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내가 회오리바람님께 특별한 청을 넣었지~. 미미한테 보내달라고 말이야.” 빅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래빗의 노랫소리가 너를 부른 게로구나.” 알프 요정이 대신 대답했다. “아무튼 잘 왔어, 빅. 네가 있으니 아주 맘이 든든해.” 미미가 환영했다. 미미는 래빗에게 빅을 소개했다. “래빗, 이 개미는 내 친구고 이름은 빅이라고 해.” “빅이라구? 호호. 개미의 이름으론 아주 멋진 걸? 여기 와 줘서 고마워.”

“빅은 아주 ‘큰’ 개미야. 아몬드숲에서 죽어가는 사슴들을 구해주었단다.” 미미가 자랑했다. 래빗은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며 빅에게 인사했다. 빅은 레드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파샤의 이야기는 리리 요정님한테 들었어. 내가 여기서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런데 여기 묶여 있는 이 잘 생긴 거인들은 누구야?” 빅이 물었다.

“이놈들은 나와 함께 숲의 수문장으로 임명된 놈들이야, 빅. 우탄이라고 들었지? 그 놈과 그 졸개들이야. 우리를 괴롭히다가 알프 요정님께 된통 당했지.” 레드가 대답했다. “아, 그 골칫덩어리 우탄과 졸개들이 일망타진 되었구나? 생긴 건 멀쩡한 것들이 하는 짓이란 게…. 쯧쯧. 그런데 왜 이놈들이 래빗을 괴롭힌 거야?” 빅이 물었다.

“빅, 그건 바로 은잔 때문이야. 네가 오기 직전에 우리는 래빗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래빗의 아버지가 남긴 은잔에 숲을 지키는 열쇠가 있다는 거야.” 미미가 빅에게 설명했다. “래빗, 그 은잔을 볼 수 있어?” 빅의 말에 래빗은 얼른 은잔을 가지고 왔다. “이거야, 빅. 아빠가 은잔을 주셔서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다가 미미가 나를 찾아온 날 다시 나타났어.” 래빗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만있자, 이 잔은 어떤 식물이랑 많이 닮았는 걸?” 빅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식물이라니 어떤?” 래빗이 물었다. “아주 가끔 피는 꽃인데 굉장히 크고 냄새도 특이해. 하지만 만나 보기가 쉽지 않아.” 빅이 대답했다. “냄새가 특이하다고? 혹시 빅, 프레가 좋아하는 냄새 아니야?” 알프 요정이 끼어들었다.

“요정님도 이 꽃을 아시는군요. 그래요, 사방의 프레들을 다 끌어들이는 꽃이지요.” 빅이 대답했다. “프레라구? 난 프레는 딱 질색이야.” 레드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숲의 수문장들이 제일 싫어하는 곤충이 프레야. 놈들이 윙윙 거리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거든. 게다가 떼로 몰려들어 몸에 달려들면 쫓아내기도 힘들고.”

그 말에 래빗이 깔깔대며 말했다. “예전에 레드의 온 몸이 프레로 덮인 걸 본 적이 있어. 얼마나 우스웠는지!” “ 래빗, 이 잔이 어디 있었다고 했지?” 빅의 물음에 래빗이 대답했다. “아빠의 뿌리가 있는 곳에서 이 잔을 캐냈어.” “무슨 사연인지 알 것 같아. 래빗의 아버지가 베어지면 이 식물도 피해를 입게 되었을 거야. 그래서 아버지는 딸을 인목으로 변신시켜 이 식물을 딸에게 맡긴 거야.” 알프 요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담 은잔의 비밀은 어느 정도 밝혀진 거군요. 이제 어떻게 해야 파샤를 구할 수 있지요?” 레드가 진지하게 물었다. “이 잔은 원래 식물이었으니 다시 땅에 심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미미가 말했다. “그게 래빗의 아버지가 원하셨던 것 같은데? 잠시 은잔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식물로 돌아가게 해주면 이 잔이 파샤를 구해줄지도 몰라.” 알프 요정이 동의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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