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인상’ 놓고 고심 깊어지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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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상반기 적자 13조… 산업부 “늦기 전 인상해야”
기재부 반대 목소리 강해… “5%대 물가 안정 시급”
5월 전기·가스·수도 9.6% ↑… 통계 작성 후 최고치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19 17:37:46

▲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최대 30조원으로 전망되는 한전 적자를 생각하면 요금인상이 필요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 주유소 모습.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한국전력(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올해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수용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전은 이달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을 제출하면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 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인데 한전은 최대치인 3원 인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현재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의 적자 규모는 대폭 불어날 수 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2분기에도 5조3681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산업부 등에서는 지금이라도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물가안정법상 공공요금 인상 협의 권한을 가진 기재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최근 4.7%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원가격인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하게 되면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인상 결정이 미뤄진 사례가 있는 만큼,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당초 공지된 21일을 넘길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부가 인상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공공요금 인상이 제조업·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생산·운영비 상승을 부추겨, 연쇄적인 파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생산자 물가는 1년 전보다 16.0%, 전월 대비 4.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월 대비 상승률은 전력 8.2%, 도시가스 26.7%, 수도 5.1% 등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9.6% 상승해 2010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11%, 상수도료와 지역 난방비가 각각 3.5%, 2.4% 올랐다.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5월보다 5.4% 올랐는데, 이 중 전기·수도·가스의 기여도가 0.32%p에 달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 0.7%에 대한 기여도는 0.09%p였는데, 물가 상승분의 10% 이상을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차지했다는 의미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미 5%대 중반까지 치솟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한 민생안정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첫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유류세 인하폭을 현행 30%에서 37%로 확대하는 등의 물가 대응 추가 정책이 나올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