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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의 연극문화칼럼

윤석열정부 문화·정치에 ‘사람’이 중요한 시대

대통령 ‘이미지메이킹’과 ‘靑 대국민 반환식’ 필요하다

청와대 재현 이벤트에도 정치적인 연출가 없어 아쉬워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28 12:10:06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공연축제전문가
대한민국 문화와 국립극단의 운명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50여일이 가까워지는데도 문화계는 전 정부와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코바나’ 전시기획 사업을 운영해온 김건희 여사의 문화적 안목과 경험으로 문화계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긍정론의 소리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연극계는 용산구 서계동 현 국립극단 부지(敷地)에 임대형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로 들어서게 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복합문화시설 사업계획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립극단은 1950년도에 출발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당시 유인촌 장관의 문화체육부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예술성 향상을 위해 국립극단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서계동 국립극단 별도부지가 만들어졌다. “단원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국립예술단체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재단 법인화로 방향을 튼 취지였다. 2010년도 7월부터 국립극단이 용산 서계동으로 이전하면서 국립극단 단원들의 고용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정리해고 재단 법인화’ 꼼수 논란이 일었다. 이후 국립극단은 시즌 단원제를 도입해 운영하면서 ‘약속이행’ 논란도 일었다.
 
서계동 시대 13년 만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립극단 부지 ‘복합문화공간’ 조성계획은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된 사업으로 총사업비 1244억원을 들여 2023년 7월 착공해 2026년 12월 말 준공을 목표로 민간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계획 열차는 출발했는데 뒤늦게 연극, 뮤지컬 등 몇 장르를 포함해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을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서계동 국립극단 열차가 정차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손정우)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가동하면서 “국립극단 터(地)에 복합문화공간을 짓는 대규모 사업을 제대로 연극인의 의견수렴이나 공청회도 없이 밀어붙이기식 계획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연극협회와 관련 학회,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등 범 연극인들로 점화되는 분위기다. 김광보 국립극단장은 이번 사태에 페이스북으로 “국립극단은 연극계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면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은 한국연극 미래의 문제이기에 중론을 모아주면 문체부와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극계는 24일에는 ‘논의 없는 일방행정에 반대한다’며 국립극단으로 항의방문을 했다. 27일에는 연극인 대토론회 개최를 예고하면서 연극인들의 서계동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빈만찬 재현 공개 행사 대박… 정치홍보 효과는 미진
 
연극계는 국립극단 부지를 두고 시끄러운데 윤석열 정부는 용산 시대를 개막하고 청와대를 시민들한테 개방했다. 문화 속도보다 국민 공감 속도가 빠르다. 대선 전 주말마다 들리던 광화문의 스피커 소리와 태극기 날리는 행렬 대신에 윤석열정부 이후 주말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넘쳐나는 분위기다. 광화문 거리가 탄핵정국의 ‘함성소리’에서 청와대개방으로 인한 ‘시민들의 환호’로 바뀌어 가는 것도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장면으로 기록될 일이다.
 
행정안전부 대통령 기록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영빈관에 볼리비아 대통령을 초대했던 국빈만찬을 재현해 국민에게 공개해 18만명이 관람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정치적인 홍보 효과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예전 같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지 마술사로 불리는 탁현민 전 비서관이 등장해 정치적으로 국민적 시선을 받을 수 있도록 연출 효과를 내고 정부 정책의 특수한 호재를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재현 이벤트에는 전시기획만 보이고 정치적인 연출가는 없었다. 한때 탁현민 비서관은 남다른 연출력으로 정치권에 공격받은 적도 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다면 정치적인 이념과 여·야 색깔론을 떠나 탁 비서관은 정책 아이디어를 정치 이벤트로 활용할 수 있는 감각적인 연출가다.
 
청와대 개방, 용산시대 그리고 윤 대통령의 친서민적인 행보를 효과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연출해 지지율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연출적 색채를 입히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23일부터 청와대 관람객에게 영빈관과 춘추관 내부를 일부 공개한다고 밝힌 가운데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빈관은 국빈 만찬 등 공식 행사가 열린 장소였고 춘추관은 기자실이 있는 브리핑 장이었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만약 탁 비서관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국민적 호응을 받을 수 있는 호재(好材)를 놔둘 리 없을 것이다. 역사적인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청와대 대국민 반환식’ 같은 연출을 했을 것이다. 
 
‘용산시대 개막’도 청와대 이전 공약이라는 대국민 약속과 실천이라는 대전제보다는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 한미동맹 관계를 용산의 특수성을 연결해 전략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의 밑그림을 그려 정치 이벤트로 활용했을 것이다. 
 
러일전쟁 이후 지금까지 120년 동안 국민에게 금단의 지역이었던 역사적인 용산공원에 역사관을 지어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로 개방하고 보존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국민이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교과서적인 이해보다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국정농단 촛불 정국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이 기억하고 있는 강렬한 한 장면이 있다. ‘아메리카노’다.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청와대 수석들과 참모들은 팔을 걷어 올린 와이셔츠 차림으로 청와대 경내를 걸으면서 수석들과 허물없이 담소를 나는 장면은 ‘권위주위’에 확실한 차별화를 두면서 콘크리트 지지율은 견고해져 갔다.
 
탁현민은 정책과 인물을 고도의 이미지 정치화시키는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 커피잔에서 끝나지 않았다. 인천공항 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면서 국민적 기대감을 높였다. 2018년‘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정상의 ‘도보다리’ 담소 연출은 신의 한 수였다. 자연공간을 연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감각이 돋보였다.
 
DMZ ‘도보다리’ 구도 안에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은 미디어와 뉴스를 이해하고 정부 정책이 몸으로 체득될 때 연출의 강렬한 미장센으로 전달된다. 국민들은 생중계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종전선언과 남북평화가 임박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2020년 6월25일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6·25 전쟁 70주년 기념행사에서 147위의 국군 참전용사 유해 봉환 행사가 열렸다. 공연무대나 축제이벤트에서 사용되는 첨단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비행기 동체로 투사되는 이미지 형상화는 유해로 돌아온 참전 용사들을 향한 ‘국가적 예우’를 연출해 내며 뭉클한 감동까지 끌어냈다. 
 
국민은 “아, 이제 국가가 참전 군인을 예우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행사를 탁현민보다 더 강렬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연극적인 텍스트(희곡)가 있다고 해도 무대로 용해시킬 수 있는 연출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국민적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탁현민식 이벤트는 ‘쇼’에 불과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소탈한 서민행보가 날것 그대로 전파를 탔을 때 국민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진실과 선물도 포장해야 감동이 크다. 포장지는 국가의 격(格)이다. 쇼도 감동을 받아야 박수를 친다.
 
연출가의 가공을 쇼로만 인식하는 것은 맞는 말이면서도, 틀린 말이다. 인간은 듣는 것보다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미지를 기억한다. 특정 기업을 기억하는 것은 ‘서비스 정신’이고 방송에 등장하는 강렬한 로고의 이미지다. 
 
이러한 반복적인 장면의 이미지는 국민 메시지로 전환된다. 국가정책을 브랜드화 시키는 정치적 이미지화는 중요한 과정이다. 문제는 연출만 잘해서는 정치적인 감각과 연출경험에 의한 탁현민식 이벤트를 정치적 기호화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출·정치적인 감각·대통령과의 견고한 신뢰·방송환경의 감각까지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정책을 정치인 못지않게 감각적으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연출가야 한다. 용산시대와 공원 개방을 앞두고 그 역사적 시대를 거쳐 간 사람들과 국민이 모여 ’대국민 용산공원 반환식’을 하면 어떨까. 
 
대통령이 국민과 시대를 청산하고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국민이벤트적인 메시지를 용산공원에서 수천 명의 국민들과 호프를 마시며 ‘대통령과 함께하는 대국민 치맥파티’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경호 문제는 공간과 특수한 인물을 어떠한 구도로 배치하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연출가가 중요하다.
 
필자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모 언론을 통해 칼럼을 쓰면서 윤석열정부의 취임식 캐치프레이즈를 ‘다시, 대한민국’으로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이것을 탁현민처럼 정치적으로 용해(溶解)시켜낼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국립극단의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의 방향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도 결국 한 사람의 손에 달렸다. 그만큼 문화도 정치도 사람이 귀하고 중요한 시대다.
 
▲ 필자 김건표=연극평론가로 문화공연예술축제, 공연이벤트 연출로 국내 대표적인 전문가로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연극·뮤지컬·공연예술분야 전문 심위평가위원으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 세계육상경기대회 시민축제 총예술감독과 밀양공연예술축제 추진위원장 및 총예술감독 등 다양한 공연예술축제를 맡아왔으며 현재 대경대 연극영화과와 교수다. 출판도서로는 '동시대 연극 읽기'(2021), '연극과 연기의 세계'(2013), '맹꽁이 아저씨와 훔쳐보는 연기나라'(1997) 등이 있다. 앞으로 스카이데일리의 <김건표의 연극문화칼럼>은 매주 게재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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