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가게?’ 또 터진 은행원 횡령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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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 70억원 횡령혐의로 또 경찰 수사 중
은행직원들 모럴 해저드 위험 수위라는 우려
효율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강화방안 마련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9 00:02:01

고객이 맡긴 돈으로 영업하는 금융업은 투명한 자금 관리가 생명이고 높은 직업 윤리성이 요구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경기 파주의 지역 농협은행 직원이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횡령 방법은 매입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수십 배가량 부풀려 회사에 구매 금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엔 경기 광주의 한 지역농협 직원이 50억원을 빼돌려 구속된 바 있다. 사건의 파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660억원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적잖은 은행 직원들의 낮은 윤리의식에 우려가 크다. 은행계에선 잊을 만하면 대규모 횡령 사건이 터져 나온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유용 사건은 86건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터진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 총액은 116억3000만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고객 돈을 취급하는 은행의 관리 소홀이 한탕주의 유혹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은행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은행들이 해결책으로 내놓는 단골 메뉴는 내부통제 강화다. 하지만 이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작년 11월 ‘은행권 표준 내부통제 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최고경영자(CEO)와 준법감시인이 주로 맡던 내부통제 관리와 제재를 이사회가 담당하는 게 핵심이다.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리면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주요 시중은행 중 이런 기준을 내부 규정에 반영한 은행은 거의 없다. 은행연합회도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터진 후 은행들마다 영업점과 본부 부서를 대상으로 통장의 보관·관리, 업무 처리 등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지적이 많다.

은행의 핵심 기반은 고객 신뢰다. 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불안하더라도 고객의 신뢰가 탄탄하면 은행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금융기관은 일반 사기업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혈맥이고 4차산업의 핵심이다. 만약 혈관이 터져버리면 시장과 나라 경제 전반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철저한 감독·관리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 업종이다.

금융감독원의 역할이 긴요하다. 회사와 감사인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실증절차를 충실히 수행하고, 기업회계기준서에 따라 현금 흐름 활동을 적정하게 분류하도록 계도해야 한다. 재무제표 심사 시 회사의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전 업종에서 표본추출방식으로 대상 회사를 선정하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실재하는지도 점검하길 당부한다.

금감원은 특히 사업 결합과 관련해 상장사가 회계 처리를 적정하게 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최근 사업 다각화·업무영역 확장 등을 위한 기업결합이 증가하는 추세로 그 방법이 다양하고 계약 조건도 복잡하므로 자산·부채의 공정가치 측정, 영업권 평가 등 사업결합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꼼꼼히 점검하길 바란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조소를 듣는 후진국형 횡령 사고를 언제까지 접해야 하는가.

거액 횡령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우리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의 임계점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금융업 종사자의 윤리 향상과 함께 사고 시 해당 직원은 물론 경영진과 함께 감독 당국의 책임도 무겁게 따져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효율적인 관리·감독 시스템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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