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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벼슬 팔아먹는 나라는 망한다

벼슬 팔아먹는 나라 방관한 백성은 대가 치러

5·18민주유공자 취업특혜는 현대판 벼슬 팔기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30 09:40:00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한반도연구소
 1900년 고종37년, 청나라 공사 서수붕(徐壽朋)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참찬관 허태신이 서리공사로 집무했다. 서수붕이 처음 임금을 뵈었을 때 조선의 기수(氣數)가 왕성하고 풍속이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임금이 의아하게 여기고 물으니 그가 대답했다.
 
“본국(즉 청나라)은 벼슬을 팔아먹은 지가 십년도 되지 않았는데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져 종묘사직이 거의 위태로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귀국은 벼슬을 팔아먹은 지 30년이나 되었는데도 제위(帝位)가 아직 편안하니 기수가 왕성하지 않거나 풍속이 아름답지 않고서야 어찌 지금까지 이를 수 있었겠습니까?”
 
임금이 크게 웃으며 부끄러운 줄 모르자 서수붕이 나가면서 말했다. “슬프구나, 대한의 백성들이여.”(황현, 매천야록 제3권)
 
봉건시대에도 벼슬을 팔아먹는 나라는 망했다. 조선과 대한제국은 그렇게 망했고, 나라가 망해가는 데도 스스로 나서지 않고 방관하면서 ‘아름다운 풍속’을 집권세력에게 갖다 바쳤던 백성들은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지배를 수십 년 동안 받으면서 그 방관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조선 망국의 사례만큼 “천하가 망하는 데는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격언이 잘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봉건시대 벼슬은 녹봉(祿俸)을 받는 신분을 뜻한다. 녹봉에는 땅과 그 땅 위에 살아가는 백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할 권력까지 포함한다. 벼슬을 하는 관리란 땅과 백성을 착취할 수 있는 권력을 왕에게 부여받은 사람이다.
 
현대판 벼슬 팔기, 세금 도둑들
 
조선 말기 벼슬 팔기는 왕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왕과 왕비의 일족인 민씨 척족들은 과거에 임기 3년이던 지방 수령 자리를 1년 만에 다시 팔아먹었다. 임기가 짧아진 수령들은 더욱 가혹하게 백성들을 착취했고 백성들의 삶은 더욱 도탄에 빠져들었다. 이런 지경인데도 양반 지배계급들은 백성과 더불어 전제 왕정 체제를 개혁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않고 백성을 착취할 수 있는 신분질서 지키기에 골몰하였다. 나라는 급속하게 망국으로 치달았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미니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협동조합·업체 68곳 중 14곳이 현재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미니태양광 사업에 투입한 예산만 10년간 680억원에 달하지만 정부 보조금을 챙기고 당해에 바로 폐업 신청을 한 곳도 있어 혈세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중앙일보, 2021.8.12.)
 
태양광사업은 핑계이고 특정 세력이 운영하는 조합에 세금을 퍼부어 특혜를 준 것이다. 정부 보조금만 챙기고 곧바로 폐업했다면 그 사업자는 국민 세금을 도둑질한 것이다.
 
문명화된 나라의 시민단체는 비정부기구(NGO)임을 자랑한다. 그런데 한국의 시민단체는 정부 돈 잘 빼먹는 걸 자랑한다. 회원들 회비로 스피커 역할하는 상근자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는 조직이라면 관변단체라 불러야지 시민단체라 부를 수 없다. 모두 세금 빼먹는 조직들로 조직을 매개로 대표자가 녹봉을 챙기는 셈이므로 조선 시대 벼슬 팔기와 다름없는 짓이다.
 
5·18민주유공자들은 국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그중 취업지원 항목이 압권이다.
 
“[지원내용] 가점취업(만점의 10% 또는 5%), 보훈특별고용, 일반직공무원(과거 기능직공무원) 등 특별채용, 취업수강료, 직업교육훈련
• 보훈특별고용 및 일반직공무원 등 특별채용 : 자녀 1인에 한함, 1인당 지원횟수를 3회로 제한”(국가보훈처 홈페이지)
 
현재 대한민국의 민간 기업들은 정규직 과보호 법제도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안정된 정규직인 공무원 채용에 매달리는 게 우리 고용시장의 현실이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2030세대 공시족(公試族)들은 시험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0.1점 차이가 얼마나 절실한 점수인지 잘 안다. 만점의 무려 5~10%를 더 받는다면 5․18유공자 자녀들은 그 시험에 단박에 합격할 것이다. 공시족 젊은이들에게 5․18유공자들은 특수계급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현대판 벼슬 팔기 행태라고 본다. 신분질서를 타파하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이념으로 건국한 민주공화국에서는 ‘특수계급’을 창설할 수 없다 (헌법 제11조). 국민들이 요구해도 누가 무슨 공적으로 유공자가 된 것인지 밝히지도 않은 채 세금지원하고 벼슬지원까지 국민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5·18유공자라는 특수계급’을 창설하는 셈이다.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세력들이 집권한 지난 정권 때 많은 국민은 민주공화국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새 정부가 헌법가치를 강조하여 국민이 안도하고 있다. 헌법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첫 번째 실천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모든 부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금 도둑들을 척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대판 벼슬 팔기를 깨끗이 청산해야 민주공화국의 헌법가치가 바로 선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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