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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시장이 열리면서 한국 드라마가 날아오르고 있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의미한다.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Public internet)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Top’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가리키므로 OTT는 셋톱박스를 넘어선다는 의미가 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가 있고 없음을 떠나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OTT 플랫폼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비디오’를 출시했으며 2006년에는 유튜브를 인수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은 2007년부터 ‘애플TV’를 선보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 등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OTT 시장은 급성장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들이 OTT 시장에 눈을 돌린 이유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제작 환경은 광고 의존도가 높고 실시간으로 찍고 편집해 내보내기 바쁠 정도로 열악한 기존 방송 드라마 제작 과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100% 제작비 지원으로 사전 제작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소재 및 표현 수위도 유연했다. 영화 러닝타임은 2시간, 드라마 방영시간은 1시간이라는 틀에 맞춰 편집해야 하는 제한도 없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K-드라마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했다. 10여 년 전 처음 기획된 시나리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화화가 좌절돼 사장될 뻔한 위기를 겪은 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만나 새 역사를 썼다.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K-드라마는 비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푸른거탑’ ‘써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을 연출하며 스타감독으로 등극한 민진기 감독(43)도 OTT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인기 유튜브 콘텐츠 애니메이션 ‘신병’을 드라마로 제작해 22일 올레TV를 통해 공개한다.
‘신병’은 좋은 놈부터 나쁜 놈, 이상한 놈까지 별별 놈들이 모두 모인 그곳에 ‘군수저’ 신병이 입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리얼 드라마다. ‘신병’은 인기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장삐쭈’에서 누적 조회수 2억5000만 뷰를 기록하며 레전드 작품으로 손꼽히는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드라마화 소식에서부터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민진기 감독은 “신규 드라마를 기획하던 중 유튜브에서 장삐쭈 작가의 ‘신병’을 접하게 됐다”며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히트 친 작품이지만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면 참신성과 오락성을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장 작가를 찾아가 드라마화 제안을 하게 됐고 성사를 이뤘다”고 밝혔다.
민 감독은 OTT 플렛폼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한국 드라마의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그는 “OTT 세상이 열리면서 드라마의 제작 방식에 가장 큰 변화가 생겼다”며 “과거에는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가 제작사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한다면 현재는 경쟁력 있는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하고 있는 제작사가 방송사나 OTT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루트가 많아졌다”며 “OTT의 경우 100%투자를 해주니 안정적으로 제작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OTT 시장을 선호하는 지점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 감독은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는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드라마의 방송시간은 제작비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며 “제작비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진 상황에서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런닝타임을 줄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제작으로 인해 제작비의 예측 및 통제가 가능해졌고 OTT의 경우에는 중간 광고도 없으니 총 방송시간을 짧게 가져가더라도 속도감 있고 몰입도 높은 전개가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며 “OST의 경우도 기획단계에서부터 콘셉트를 잡을 수 있고 촬영 중간 중간 음악감독과의 상의를 통해 방송 전에 상당 부분을 미리 제작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 것도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에서 민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박성일(43) 음악감독 역시 OTT 시장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았던 K-영화·드라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뜻에 동조했다.
박 음악감독은 드라마 OST계에서 거장으로 불린다. 그는 ‘나의 아저씨’부터 ‘미생’ ‘시그널’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이태원 클라쓰’ ‘아스날연대기’, 최근에는 ‘안나라수마나라’까지 대작들의 OST를 연이어 만들며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OTT 시장이 발전했고 이에 따라 드라마 제작 여건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모든 작품이 반드시 OTT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해당 플랫폼의 납품과 세일즈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OTT와 협력하려면 거기에 맞는 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은 개선됐다. 지상파에서만 방영되던 시절에는 시간에 쫓겨 일명 ‘쪽’대본이라고 불리는 뜨끈한 시나리오가 전달됐고, 이에 맞춰 연출과 음악 작업도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이 급하게 만드는 것이 관행이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OTT 플랫폼이라는 마켓이 없었을 때는 집에도 못 가고 작업실에서만 갇혀서 일만 했다. 이제는 사전제작이 대부분이라 방송 시간에 치일 필요가 없다는 점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며 “시간이 충분히 확보가 돼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니까 예전처럼 무리하게 일할 필요가 없고 다양한 채널이 생겨서 더 많은 작품과 함께 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앞으로 K-드라마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민 감독이 설명했다.
그는 “국내 제작진처럼 빠르게 잘 찍는 스태프는 세계적으로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이런 장점이 해외 작품에 비해 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투자비용 대비 경쟁력이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배우들은 감정의 단계를 표현하는 디테일이 뛰어나고 그 배우의 연기를 다채로운 컷으로 밀도 있게 담아내는데 탁월하다”며 “앞으로는 K-드라마가 사람의 일상을 더 다채롭게 다뤄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상업성을 뛰는 작품이나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아닌 일상 전반의 소재들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내는 작품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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