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어떠한 제안도 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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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어떠한 제안도 할 필요 없다

핵심문제 외면한 감성팔이 통일론은 이제 그만
한반도 민족, 공화정·시장경제 체제로 통일해야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8 11:06:12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조선일보, 2022.8.15.)

김여정은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 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조선일보, 2022.8.19.)

대한민국에서 ‘민주화’라 부르는 대통령 직선제 재도입 이후 등장한 정권들은 8·15 광복절에 늘 북한에 뭔가 제안을 하였고, 북한은 으레 무도한 언사로 거절해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광복절에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고, 북한은 김여정을 내세워 단숨에 거절하였다.

이런 쓸데없는 연례행사를 왜 반복하나?

진지하게 제안하고 논의할 일은 북한의 체제전환 문제 뿐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경제체제가 다른 나라들끼리는 통일은 고사하고 연방국가도 구성한 적이 없다. 북한과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통일을 하고자한다면 한반도 민족이 어떤 정치경제체제로 수렴하여 통일에 이를 것인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그간 통일 전문가를 자처하는 대한민국 내 주사파들과 친중 모택동주의자들은 통일의 핵심 문제는 애써 외면한 채 내부 선전용 감성팔이 주장만 내세웠다. 금강산 관광 몇 번 더 하고, 이산가족 몇 번 더 만난들 민족의 통일에 무슨 도움이 되나.

남북이 어떤 정치경제체제로 수렴하여 통일해야 할까?

노동이 가치의 원천이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는 지식경제시대로서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 국가들만 번영할 수 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등 각종 전체주의 체제 국가들은 인민에게 자유와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아 지식경제시대 경제적 가치의 원천인 지식과 기술의 생산과 시장을 통한 혁신이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20세기의 낡은 전체주의 국가들은 국가로서 존립도 어려워질 것이다.

한반도 민족은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의 나라로 통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로 번영하고 있으니, 통일 논의는 북한 체제를 어떻게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로 무리 없이 전환시킬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시장기능을 인정하지 않아 합리적인 경제계산이 불가능하여 처음부터 온전한 정치경제체제로서 존립할 수 없었다. 중앙계획기관이나 당의 지시와 경제 현실의 부조화는 다양한 비공식 관행을 낳았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러시아는 1991년 체제 전환을 했지만 지금도 콤프로마트, 크루고바야 포루카, 음성적 물물교환, 톨카치 등 사회주의 시절 형성되었던 정치와 경제에 작용하는 비공식 관행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러시아에 비해 북한의 비공식 관행은 훨씬 더 심할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투자를 유치하고 고도의 지식경제로 전환하기 어렵다.

실질적 통일 논의는 두 갈래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반도 민족이 통일하려면 먼저 대한민국 내에서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한민국 내 주사파나 모택동주의자 등 반(反)공화주의 세력을 청산하고, 공화정에 역행하는 기회주의 정치세력들을 몰아내야 한다. ‘위인 맞이 환영단’을 꾸린 한총련 등과 누구보다 자본주의 혜택을 많이 본 ‘강남좌파’는 통일의 훼방꾼일 뿐이다.

북한이 통일문제를 논의해야 할 상대는 대한민국 내 정통 공화주의 세력이다.

북한 핵은 현재의 북한 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 북한의 국체(國體)가 될 수 없다. 어떤 핵무기도 인민의 삶을 개선하고 번영하지 못하는 나라를 지켜줄 수 없다. 20세기 성립한 낡은 스탈린주의 체제는 북한의 번영에 발목을 잡을 뿐이다. 누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 북한 스스로 적극적으로 체제전환에 나서야 한다. 길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민족의 통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아닌, 정치 선전용 제안은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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