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단지’에서 ‘애물잔지’ 전락한 특례상장 기업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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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주가·실적 부진에 빠진 특례상장 기업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3 00:02:30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특례상장 기업들이 주가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기술평가·성장성평가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31개사의 주가(16일 기준)는 올 들어 51%나 떨어졌다. 31개사 가운데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속한 코스닥지수 하락률(-25%)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신규 특례상장 19개 기업도 공모가와 비교해 2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특례상장은 실적보다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특별히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시 불황기에 코스닥 상장의 핵심 지표로 작용하는 실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가운데 2개의 복수기관으로부터 A와 BBB 등급 이상의 기술평가등급을 받거나 상장주관사(증권사·투자은행)의 추천을 받으면 경영성과 등 재무요건이 면제된다.

평가 기준이 이렇다 보니 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도 떼지 못한 채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 특례상장을 한 21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367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1288억원)과 비교해 손실금이 100억원가량 불어났다.

상반기 역대 최대치를 거둔 코스닥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재무구조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특례상장 기업들의 상장 후 5년간 총자산이익률(ROA) 중위값은 -10%에 그쳤다. 100억원의 자산으로 10억원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다. 자산을 활용해 매출액을 창출하는 자산회전율도 20.8%로 상장연도(17.4%) 대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적자를 거듭하다가 기술개발에 성공해 반등한다면 상관없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기술개발 실패로 끝나거나 기술개발 과정에서 공시 위반, 불공정거래 등이 발생하면 주가는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비율이 다른 기업들보다 높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개미들’의 피해가 극심할 수 있다.

2016년 12월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상장한 신라젠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신라젠은 영업이익뿐 아니라 이렇다할 매출조차 없었음에도 특례상장 조건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상장했다.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특례상장 후 3년도 안 된 시점에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의 임상중단 권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9년 8월 주가가 폭락했다. 2020년 5월에는 문은상 전 대표의 배임 혐의마저 드러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촉망받는 ‘보물단지’에서 소액주주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신라젠 소액주주 수는 17만명에 이른다.

이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상장 심사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해당기업이 정말로 제대로 된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췄는지, 머지않은 미래에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동일 업종 내에서는 분야별로 평가기준을 세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예컨대 바이오의 신약기업을 평가할 때 약학전문가·임상전문의 등 전문가 다수를 불러 기술성평가 심사를 하자는 얘기다.

특례상장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례상장의 문턱을 높이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길이 막힌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 당장은 특례상장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신뢰성을 회복한다면 장기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당국이 ‘진짜’ 혁신기업을 제대로 발굴·육성할 수 있는 특례상장 심사과정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