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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정부 퇴임 직후 한 신문사가 기가 막힌 만평을 보도한 일이 있다. 진수성찬을 즐긴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식당을 나가는 뒤에서 종업원이 “참 지저분하게도 쳐 먹었네!” 하는 한 컷짜리 만평이었다. 부정부패로 얼룩졌던 6공화국 초대 정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만평이라 오래오래 회자했다.
촛불 시위로 집권한 문재인정부가 퇴임하자마자 각종 비위가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게 마치 노태우 정권 퇴임 직후 상황과 기시감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노 정권 때는 수서사건 등 산처럼 쌓인 대통령 차원의 비리가 다수 불거져 경찰과 검찰이 바빴다. 문 정권 퇴임 이후엔 안보·인권·외교·산업 등 여러 방면의 부적절한 정책이 연일 불거져 언론과 검경을 바쁘게 하고 있다.
문 정부는 취임 직후 첫 번째 한 일이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사무실에 상황판을 만들어 매일 일자리 통계를 체크하겠다며 요란하게 출범했지만 ‘정부 예산으로 만든 임시직 노인 일자리’ 이외엔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다. 결국 국민에게 ‘희망고문’을 준 문 정부의 대표적인 속임수였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대통령 소속 12개 △국무총리 소속 14개 △각 부처 소속 92개 등 행정기관위원회 118개를 신설했다. 기존 위원회까지 합치면 622개에 달한다. 지자체 위원회도 2020년 현재 2만8071개나 된다.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118개 중 현재 남아 있는 111개(7개 폐지) 위원회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회의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위원회가 16곳(14.4%)이다. 111개 중 별도의 예산을 편성한 48개 위원회의 올 예산은 총 645억3900만원이다.
하지만 111개 중 67개의 위원회는 4분기 중 1개 분기에선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8개 위원회는 아직 인적 구성조차 안 된 상태다. 대부분 있으나마나 한 유명무실 위원회라는 의미다. 이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밝힌 대로 윤석열정부는 위원회 감축을 선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원회가 법률에 근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없애려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까딱하다간 ‘위원회 감축을 위한 위원회’만 하나 더 생길 상황이다. 눈 부릅뜨고 주시해 보겠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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