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정부가 할 일은 아직도 ‘태산’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 Talk]-1기 신도시 공약 후퇴

신성수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6 00:02:30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후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있다. 바로 1기 신도시 문제다.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의 5개 도시로 이뤄진 1기 신도시는 올해로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기면서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사업은 순식간에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정비구역을 선정하고 안전진단부터 시작해 시공사 선정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울러 중간중간 주민들의 투표와 단계별 이행에 따른 시간을 감안해 10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다.

그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사업임에도 특별법 등을 통해 단계를 완화해 준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니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기대감이 컸던 만큼 그에 따른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16일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관련 마스터플랜을 2024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정부에 대한 불신까지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원희룡 교통부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최대한 일정을 당기겠다”며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번 어긋난 민심은 서서히 이상기류를 보이기 시작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단지들이 점차 늘어났고, 동일한 단지 내에서도 재건축파와 리모델링파로 나뉘는 바람에 주민들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곳곳에서 불거졌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재건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신도시 재건축 연합회(신재연)’와 ‘범 1기 신도시 재건축 연합회(범재연)’ 등을 구성해 주민들의 단합을 촉구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뒤늦게 일부 지자체들이 책임지고 재건축을 도와주겠다며 발 벗고 나섰으나 주민들의 진심어린 호응을 얻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자체의 행보를 도우려면 정부가 지자체에 어느 정도 권한을 일임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 간의 소통은 여전히 미흡한 듯싶다.

이런 갈등 속에 지난달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기 5년 내 1기 신도시 재정비 시범지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되레 역효과가 났다. 이번 윤석열정권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착공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공식 시인한 모양새로 비쳤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세워 주민의 표를 얻었는데 재건축이 임기 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것 자체가 주민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된 것이다.

뚜렷한 대책 발표 없이 막연한 발표가 이어지는 것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미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에 비해 한풀 꺾였다. 지금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정부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잃어버린 신뢰 즉 민심을 되찾는 일이다.

윤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주민들은 이에 더해 재건축 연한 30년이 지난 단지들의 안전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1기 신도시 관련 대책이 임기 내에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지자체와 1기 신도시 주민 단체 등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민심을 경청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

범재연과 신재연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장서서 진행할 테니 도와달라는 의미”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이미 물 건너간 공약에 연연하기보다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1기 신도시 주민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를 기대한다.

신성수 ssshi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