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부채 증가 속도 ‘세계 2위’… 10월 9조 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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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 4위… 국제금융협회 “금리 오르면 기업 부도 늘 것”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31 11:16:46

▲ 30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국(35개) 중 가장 높았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기업부채가 주요국 중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대출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을 웃돌았다. 기업들은 채권시장 자금경색 탓에 여전히 은행권에서 자금 조달(대출)을 하는 모습이다. 기업대출이 급증할 경우 기업부채발(發)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국(35개)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지난해 2분기 세계 1위에 오른 뒤 5분기 연속 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이어 홍콩(94.5%), 태국(88.7%), 영국(83.2%), 미국(77.7%), 말레이시아(69.4%), 일본(64.0%), 중국(63.3%), 유로 지역(59.1%), 싱가포르(56.2%) 순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5.2%에서 102.2%로 3.0%p 떨어졌다. 한국의 하락률은 영국(-5.1%p), 말레이시아(-4.0%p), 폴란드(-3.9%p), 싱가포르(-3.5%p)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가계부채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자 하락 폭도 그만큼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빨랐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사의 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 117.9%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올해 1분기 116.8%로 7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3개월 만에 세 단계나 뛴 셈이다. 한국 기업 부채 비율은 1년 새 6.2%p(111.7→117.9%) 올랐다. 베트남(7.3%p)에 이어 세계 2위다.

IIF는 보고서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낮은 금리 덕에 많은 기업이 싼값의 대출로 연명해왔으나 앞으로는 대출 비용(금리)이 오르면서 부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올해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7일 기준 703조7512억 원으로 9월 말(694조8990억 원)보다 8조8522억 원 불어났다. 이는 2021년 9월(23조9264억 원)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8592억 원(100조4823억 원→106조3415억 원) 늘었다. 전체 증가액(8조8522억 원)의 6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대기업의 이달 증가액(5조8592억 원)은 2020년 3월(8조949억 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중소기업 대출은 2조9930억 원 늘었다. 올해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기업대출 규모는 총 67조8633억 원으로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았음에도 벌써 지난해 전체 증가폭(60조2596억 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채권시장 자금 경색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을 통한 간접 조달(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업대출 급증에 따른 부실 위험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 폭 상승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의 비중은 각 14.9%, 14.8%로 2019년 수준(14.8%, 15.0%)까지 줄었지만 올해에는 각 18.6%, 19.5%로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비은행권 자금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 등으로 한계기업 부실이 현재화되면 상대적으로 자본이 취약한 비은행권 중심으로 관련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되지 않도록 기업 여신 심사를 강화해야 하고 기업 신용을 빠르게 늘린 비은행금융기관이 자체 부실 대응 여력을 확충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