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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어떤 사람이 자꾸 대표님을 바꿔 달라며 전화를 하는데요….”
우룡과 동원이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비서실 직원 하나가 동원 옆을 따라왔다.
“비서실에서 전화 하나를 처리 못하면….”
아침 출근이라 그런지 동원이 짜증을 냈다. 동원도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가 있었다. 우룡은 대부분 그런 경우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전화가 마음에 걸렸다.
“용건이 뭐래?”
애초부터 우룡이 아니라 동원에게 말을 시작했던 터라 직원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우룡을 쳐다보았다.
“무슨 카세트테이프 어쩌고 하면서 자꾸 대표님을 바꿔 달라고 직접 해야 하는 말이라고…. 직접 통화 불가하다고 하는데도 계속….”
“카세트… 테이프…?”
“예!”
“내가 있을 때 전화 오면 나한테 전화 돌리라고 해.”
우룡이 동원에게 말했다. 동원은 펄쩍 뛰었다. 우룡은 동원이 하는 말을 못들은 척 혼자 먼저 대표실로 들어왔다. 카세트테이프? 뭔가 개운치 않은 기운이 스쳤다.
우룡은 바로 돌아서 다시 대표실 문을 열었다. 아직도 그들은 문 앞에 서 있었다.
“다시 전화 오면 내 핸드폰 번호 알려줘.”
“대표님 그건.”
동원이 뭐라고 하기 전에 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가끔 직감이라는 게 있었다. 그 직감이 다 맞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감 때문에 위기를 모면한 적도 많았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카세프테이프를 쓰는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었다. 모든 게 파일화된 세상인데, 요즘은 콤팩트 디스크도 쓰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뭐든 인터넷으로 다 연결이 되는 세상에 카세트테이프라니.
제정신 아닌 별 미친놈의 민원전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룡은 생각의 끄나풀을 놓지 않았다.
“대표님 정말 대표님 번호 알려드려도 되는 건가요? 말씀 드린 카세트테이프 어쩌고 하는 전화입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식사 자리로 문자가 날아왔다. 그리고 정확히 5분 후 전화기 진동음이 울렸다. 우룡은 전화기를 들고 바로 식당 테라스로 나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쪽에서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저쪽의 여자 목소리가 빠르게 건너왔다.
“네 말씀하세요.”
“아저씨!”
비서실을 거쳐 우룡의 번호를 건네받았으니 상대가 누군지 알고 한 전화일 텐데 우룡을 대뜸 아저씨라 부르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저씨, 내가 오래 전 카세트테이프를 주웠거든요? 여기, 아저씨 목소리 들어 있어요. 형이라는 사람하고 나눈 대화 같던데…. 이거 저한테 사세요. 다른 사람한테 팔면 아저씨 곤란할 거 같아서요.”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형과의 대화라고? 까마득히 잊었던 35년 전, 명환의 별장 옥상이 우룡의 머릿속으로 굴러들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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